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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업' 선언한 한샘, 권영걸 교수 영입 적정성 논란


입력 2014.02.19 14:45 수정 2014.02.19 16:02        김영진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예산낭비 '디자인 서울' 이끈 주역...64세 디자인 혁신성 부족 지적

한샘이 지난 17일 '디자인기업'을 표방하며 최고디자인경영자로 권영걸 서울대 교수를 영입했다. ⓒ한샘
한샘이 '디자인 기업'을 선언하고 이를 총괄할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권영걸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를 영입한 가운데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사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부시장급으로 서울디자인총괄본부 본부장(부시장)을 맡아 '디자인 서울'을 이끈 인물로 유명하다.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남산르네상스' 등의 대형 프로젝트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예산 과다 낭비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이명수(자유선진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중점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남산르네상스 등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며 "한강르네상스의 경우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고 환경파괴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오세훈 프로젝트는 서울 전역을 쉴 틈 없는 공사 현장으로 몰고 갔다"며 "각 사업별 공공성을 중심으로 경제적 효율성 및 타당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거대 프로젝트로 인해 당시 서울시 재정은 크게 악화돼 지방채 잔액은 2008년 1조6000억원에서 2010년 3조8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부채도 크게 늘어나 서울시 재정 악화 주범으로 통했다.

권 사장이 당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 중 아직도 진행 중인 곳이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이다.

DDP는 다음달 21일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건축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연상될 정도로 난해하고 조화롭지 못한 건축물로 건축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동대문 일대의 역사성과 지역성이 무시된 독불장군형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권 사장이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하 하디드(DDP설계자)같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물 20여개는 있어야 서울이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다"라는 발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됐다.

이진오 사이(SAAI)건축 대표는 SNS를 통해 "디자인계 원로분이 DDP를 극찬한다는 얘기를 듣고 건축을 오브제로 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쉬움과 한심함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한 권 사장의 전공분야가 공간 및 공공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가구 디자인과는 맞지가 않다는 지적이다. 디자인 기업으로의 회사 정체성을 정했다면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를 영입하든 실무 능력이 있는 사람을 영입했어야지 64세인 퇴임을 앞둔 대학교수를 영입한 것은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올해 말 이케아의 한국 진출로 디자인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이는데, 디자인경영은 이미 대중화됐는데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구회사인 한샘에서 뒤늦게 디자인 기업을 표방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보며 특히 퇴임을 앞둔 교수를 CDO로 영입한 것도 개혁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권 사장의 영입은 실력보다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의 인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 명예회장과 권 사장은 같은 서울대 출신이며 서울대미술관 등에서 과거부터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출신들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한샘은 권 사장 영입으로 '서울대 라인'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한샘 관계자는 "권 사장은 실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오 전 시장 때의 예산과다 논란은 권 사장의 실력보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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