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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는 느는데 흑자라니?…불황형 흑자의 역설


입력 2014.02.19 15:41 수정 2014.02.19 15:52        목용재 기자

"금융위기 이후 대출의 원금상환 개시…가계부담으로 소비 줄이고 저축 늘려"

소득에 비해 소비가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부터 우리나라의 가계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소득에 비해 소비를 줄이는 '불황형 흑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대출 원금상환 부담 증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 대비 저축 증가 등의 요소가 중첩되면서 씀씀이 자체를 줄이는 달갑지 않은 흑자라는 설명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9일 펴낸 '가계 흑자 계속되지만 소비 늘릴 여유는 없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흑자율 상승에도 불구,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규모가 가계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것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불황형 흑자'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추세를 나타내던 가계 흑자율은 2011년 1분기 21.5%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3년 3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흑자율은 27.5%까지 올랐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소득 369만5000원 가운데 216만6000원을 지출해 82만2000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계흑자와 동시에 가계부채도 동시에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1197조 원을 기록해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도 2013년 3월말 기준 66.9%로, 2010년 59.8%에서 꾸준히 상승해왔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0%에서 2012년 2.8%로 소폭 증가한 반면 원금상환 금액 비중은 2007년 18%에서에서 2012년 28.9% 크게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원금상환이 개시된 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가 금융위기 이후 '갚아야 할 돈'이 크게 늘어나자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매진하면서 '불황형 흑자'를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가계흑자가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가계가 미래의 소득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미리 저축을 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가구의 경우에는 '예비적 저축'의 성향이 더욱 큰 것으로 관측된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원금상환이 늘어나고 그에 못지않게 신규 차입도 커지고 있어 가계 흑자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원금 상환부담 증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대비 저축의 필요성 등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우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소득대비 부채비율도 하락하고 있어 소비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예산제약 요인이 지속되고 있어 소비회복을 통한 경기회복은 앞으로도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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