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 '불똥', 은행권 부실대출 가능성 '노심초사'
산은 250억, 하나·농협 각각 50억 씩…디지텍시스템스 사기대출·분식회계·횡령 등 유동성 위기 촉각
사기대출의 진원지인 디지텍시스템스가 잇따라 분식회계·자금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건 확산을 계기로 디지텍시스템스의 영업, 수출 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으로부터 사기대출을 받은 디지텍시스템스가 다른 시중 은행들에서도 수백억 대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은행들이 해당 대출의 부실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은행장 홍기택)으로부터 공장·기계 설비 등을 담보로 2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의 만기는 4년 후인 2018년에 도래한다. 국민은행(은행장 이건호)도 산업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행장 김종준)과 농협은행(은행장 김주하)도 디지텍시스템스에 50억 원씩의 신용대출을 진행했다. 대출 만기일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015년과 2014년 12월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디지텍시스템스의 시설확충을 위한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관련 대출에 대해 31억 원을 상환받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디지텍시스템스를 우량기업으로 평가하고 50억 원의 신용대출을 실행했지만 이번 대출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대출 부실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디지텍시스템스에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대출이라는 지적이 일자 은행들은 디지텍시스템스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특히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 아닌 공장·시설을 담보로 잡거나 신용으로서 실행한 대출이기 때문에 '사기대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이용한 사기대출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대출"이라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디지텍시스템스는 우량한 기업이 아니었다는 것은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최근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초부터 말까지 디지텍시스템스의 공장 건축, 설비 확충 용도로 25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면서 "디지텍시스템스에 대한 대출은 공장·시설에 대한 점검을 한 후 담보를 잡고 실행했으며 대출 심사과정에서 부풀리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분식회계·횡령 등으로 빠져나간 회사의 자금 때문에 대출 부실의 위험이 있지만 회사의 기술력·영업력이 좋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상황만 극복되면 정상적인 자금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삼성이 디지텍시스템스의 납품을 거부하면 회사에 큰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텍시스템스의 전 재무담당 임원 남모 씨는 삼성전자가 발행한 매출채권에 허위 매출 실적을 끼워넣어 거액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씨는 디지텍시스템스가 삼성전자의 중국현지법인에 납품하고 있다는 대기업의 신용도를 이용해 '사기대출'을 실행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