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창용 가세하면 15년 영광 ‘뱀돌 순환론’
삼성 마무리, 뱀직구-돌직구 교차 15년 '환희'
임창용 복귀 시 오승환 공백 메울 수 있어
2000년대 이후 최강팀은 어디일까.
'야신' 김성근(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이끌던 비룡군단 SK도 있지만 삼성이 압도적이다.
삼성은 1997년 최종성적 4위를 기록한 이후 2008년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2010년 5위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기록은 끊겼지만 이후 2011시즌부터 다시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17년 동안 무려 16차례 가을야구에 초대된 단골 구단이다.
삼성은 2000년대 이후 무려 6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한 팀이다. 그 이전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한국시리즈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둘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 역사 바꾼 '1999년 트레이드'
바로 포수와 마무리의 문제였다. 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해가 바로 1999년이다. 바로 밀레니엄을 앞두고 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3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된 해다.
삼성은 '헐크' 이만수(SK 감독)의 은퇴 이후 고질적인 포수 기근에 시달려 온 팀이다. 그 주전 포수 부재의 고민을 말끔히 씻어준 선수가 바로 진갑용이다. 삼성은 진갑용이라는 포수를 구한 뒤 고질적인 안방마님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두 번째는 특급 마무리의 확보다. 삼성은 해태에 양준혁과 투수 곽채진과 황두성을 주고 특급 마무리 임창용을 영입했다. 2000년대 최강 구단으로 변모한 삼성의 비밀은 바로 특급 포수와 마무리의 영입이었다.
세 번째는 에이스 확보다. 삼성은 최익성을 한화로 보내고 풍운아 노장진을 영입했다. 1999년 노장진은 15승을 거두며 삼성의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다. 1999년 삼성은 포수와 에이스, 그리고 마무리까지 모두 얻었다. 2000년대 삼성이 최강 구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
삼성 마무리 법칙 '뱀-돌 순환론'
포수는 아직도 여전히 진갑용이다. 그런데 마무리는 15년 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다. 삼성 마무리에는 독특한 법칙이 존재한다. 바로 '돌뱀 마무리'의 지그재그 등장이다.
임창용으로 시작된 삼성의 마무리는 애니콜 임창용의 혹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2시즌에 선발이던 노장진을 마무리로 돌린다. 임창용이 선발로 노장진이 마무리로 보직 변경된 그 해 삼성은 사상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임창용이 뱀직구로 마무리했다면 노장진은 묵직한 돌직구를 뿌려댄 마무리였다. 오승환에 가려졌지만 노장진의 돌직구 역시 위력적이었다. 삼성은 팀 적응에 애로를 겪은 노장진을 롯데로 보내고 '애니콜' 임창용을 2004시즌에 마무리로 돌렸다. 삼성 마무리는 뱀에서 돌로, 다시 뱀으로 돌아간 것.
하지만 2004시즌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현대에 패한 뒤 임창용은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그 때 새로운 뱀직구를 뿌려대는 해병대 출신 권오준이 혜성처럼 등장, 임창용 못지않은 구위를 과시하며 단숨에 팀 마무리로 등장했다.
2005시즌 중반까지 권오준이 마무리, 신인 오승환이 셋업맨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OK펀치는 시즌 후반 KO펀치로 격상됐다. 권오준이 셋업, 오승환이 새로운 마무리로 등장한 것. 이후 삼성은 역대 최강 뒷문을 걸어 잠글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이후 최강 구단 삼성의 마무리 시스템은 법칙이 있다. 직구의 성질이 순환된다는 점. 임창용(뱀)-노장진(돌)-권오준(뱀)-오승환(돌)의 스위치 패턴이 존재했다. 이 법칙이 이어지려면 다음 마무리는 뱀직구여야 한다.
임창용 복귀 시 '뱀-돌 마무리' 재입증
삼성은 일단 마무리로 특급 셋업맨 안지만을 낙점했다. 작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다소 부진했지만 올 시즌 마무리로 부활한다는 각오다. 오키나와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SK전에서 좋아졌지만 아직은 불안한 투구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임창용(시카고 컵스)이라는 ‘보험’으로 오승환의 공백을 대비할 공산이 크다. 최근 임창용과 삼성의 합의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약조건까지 나올 정도로 구체적이다.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15억 원 연봉 6억 원. 일단 임창용측과 삼성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돌아가는 정황상 임창용 개인 사정과 삼성의 팀 사정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불펜에 잠수함이 많고 우완 정통파 셋업맨이 부족한 삼성 입장에선 안지만(셋업)-임창용(마무리)가 이상적일 수 있다. 삼성에는 권오준-이영욱-심창민-신용운 등 옆구리 투수가 많지만 마무리로는 믿음을 주기 어려운 불펜이다.
임창용이 컵스의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임창용은 삼성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지만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임창용이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할 경우, 삼성의 ‘뱀돌 마무리’ 법칙은 계속될 수 있다.
과연 뱀직구와 돌직구, 그 교차된 15년을 돌아 다시 임창용의 뱀직구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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