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선정성 논란, 브레이크는 국회?
시기 상관없이 무조건적 노출 마케팅 눈살
노이즈 마케팅 심각, 국회 국정감사 '제동'
여가수들의 섹시 열풍은 이미 한 여름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 과거에는 섹시 여가수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존재했지만 2014년 가요계는 이미 그런 선을 뛰어 넘어 훨씬 멀리 와 버렸다.
이제는 선정성 논란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게다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걸그룹과 솔로 여가수들이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이런 열풍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제가 된 걸그룹의 선정성 논란을 몇 가지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스텔라는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에서 성인방송에 준하는 노골적인 묘사로 화제를 양산했다. 특히 속옷차림의 멤버 가슴골 위로 우유가 흘러내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를 통해 스텔라는 단 번에 최고의 유명 걸그룹으로 올라섰다.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 그것도 러시를 이룬 걸그룹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스텔라는 선정선 논란을 발판 삼아 엄청난 유명세를 누리게 된 것이다. 데뷔 이후 치열한 걸그룹 경쟁에서 별다른 할 성과를 내지 못 하던 스텔라 입장에선 노이즈마케팅일 수도 있지만 이번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스텔라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름을 확실히 알린 만큼 치열한 걸그룹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 사실”이라며 “워낙 걸그룹이 많아 이름을 알리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 스텔라는 유명 걸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걸스데이는 한쪽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트임치마를 무대 의상으로 결정했다. 게다가 안무는 가슴으로 무대 바닥을 쓸어내는 파격을 더했다. 달샤벳은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는 손동작의 안무로 선정성 논란에 가세했다. 또한 레인보우 블랙은 코르셋 의상을 입고 소파에서 다리를 쩍 벌리는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AOA는 여섯 명의 멤버가 일제히 미니스커트 지퍼를 올리는 파격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이런 선정성 논란이 주효한 것인지 AOA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텔라와 걸스데이, 그리고 AOA 등은 모두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걸그룹이었지만 최근 섹시 코드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여성 솔로 가수들 역시 선정성 논란에 가세했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은 최근 솔로 음반 ‘진실 혹은 대담’을 출시하며 섹시 열풍에 가세했다. 몸에 짝 달라붙는 소재의 미니스커트로 엉덩이 정도만 살짝 가긴 채 각선미를 드러냈다.
'보름달' 선미 역시 뮤직비디오에서 소파에 앉아 다리를 쩍벌렸다 오므리는 동작과 손으로 신체 주요 부분을 가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결국 지상파 방송 3사 가요프로그램은 ‘섹시 댄스 금지 안무’를 결정해서 발표했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 데 ‘무대에 눕지 말 것' '몸을 더듬지 말 것' '의상을 열어젖히지 말 것' 등이다. 이에 따라 걸그룹들은 일제히 선정성 논란이 된 안무를 일부 수정했다.
그렇지만 미니스커트 지퍼를 올리고 손으로 가슴 부위를 문지르고 무대에 누워 가슴으로 바닥을 쓸어내리는 등의 일부 안무만 수정됐을 뿐이다. 여전히 무대 의상과 안무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선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또한 뮤직비디오는 더욱 선정적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지배적이다. 우선 뮤직비지오로 선정성 논란을 야기하며 신곡 발표를 홍보한 뒤 방송 무대에서는 수위를 다소 낮추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 여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빨리 달아오르면서 선정성 논란이 거듭되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치열한 걸그룹의 경쟁 구도에서 신예 그룹들이 유명세를 얻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여름에는 신인급 연예인들이 자신의 SNS에 비키니 차림 등 노출이 강조된 사진을 올려 화제를 양산하는 성형이 두드러졌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 여름 연예계는 노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화계에서도 부가판권 시장 확대에 맞춰 파격적인 노출이 가미된 영화가 연이어 제작될 예정이다.
그나마 걸그룹 선정성 논란에 급한 불을 꺼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녀시대와 2NE1이 컴백해 선정성 논란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두 걸그룹 모두 선정성 논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데다 정상급 스타들인 만큼 선정선 논란 대열에 동참할 필요도 없다.
또한 소녀시대와 2NE1가 동시에 컴백하자 다른 걸그룹들이 활동 기간이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나서 당분간은 선정성 논란이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소녀시대와 2NE1의 활동이 끝나는 시점부터 다시 걸그룹들 사이에 섹시 경쟁이 시작돼 여름까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선 올 가을 정도에 가요계에 다시 한 번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로 그것은 국회의 국정감사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이 걸그룹의 선정성 논란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가요계는 노출 금지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0년 가을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걸그룹 선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KBS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공영 방송의 선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 당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미성년 가수들이 선정적인 옷을 입고 나와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KBS ‘뮤직뱅크’를 보고 경악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KBS는 복장 지침을 만들어 자체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방송국의 복장검사가 시작됐다. KBS의 경우 ‘뮤직뱅크’ 촬영을 앞두고 KBS 신관 공개홀에서 매번 출연 가수들의 의상 검사를 했다.
걸그룹 멤버들이 무대 의상을 입고 복장검사를 받고 의상을 지적받으면 다른 의상을 준비하거나 의상을 고쳐 입어야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다. 당연히 걸그룹 선정성 논란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2010년 가을 이후 걸그룹들은 섹시가 아닌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에 치중했다.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원위치가 되는 분위기다. 방송국의 복장검사는 이미 잊혀진 과거의 추억이 됐다. 최근 워낙 선정성 논란이 가열되면서 방송국들이 안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가요계는 방송 무대에서의 수위를 조금 낮춘 대신 뮤직비디오의 수위를 파격적으로 높이고 있다.
2010년 당시 정치권의 호된 질타로 워낙 가요계가 힘들었던 터라 미성년자 멤버들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어느 정도 조심하고 있지만 멤버들이 만 19세만 채우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걸그룹에는 미성년자 멤버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어 정치권이 또 다시 개입할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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