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설' 김경희 되고 '신예' 김여정 탈락하더니...
북한,9일 실시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자 687명 발표
부부장급 실세 거의 이름 올린 가운데 민병철 문경덕 탈락
북한이 지난 9일 실시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687명의 명단을 선거 종료 이틀 만에 발표했다.
이번에 김정은 체제 이후 중앙당 부부장급으로 올라간 실세들은 거의 다 이름을 올린 가운데 민병철 당 생활검열부 부부장과 문경덕 평양시 당책임비서의 이름이 빠졌다.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는 대의원으로 선출됐으며, 친여동생 김여정은 13기에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 부국장,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마원춘 당 부부장 등이 새롭게 뽑혔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된 상황에서 김경희 당 비서가 대의원으로 선출됐고, 지재룡 주중 대사와 자성남 유엔 대사, 남북간 고위급 접촉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도 이번에 새롭게 대의원이 됐다.
이번 대의원 선거는 전기에 비해 교체 비율이 약 55%(376명)로 나타나는 가운데 조연준을 비롯해 박태성·황병서·최휘·마원춘 등 최근 김정은 수행빈도가 높았던 당 부부장급 인사들의 신규 진입이 특징적이다.
특이한 것은 발표 명단이 ‘제1호 만경대선거구 박정남’ 식으로 지역구로 시작했다가 ‘제105호 태백산건거구 김광혁’부터 ‘제155호 내금강선거구 리관수’까지 50명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 현직 군인들이 차지했다. 다시 제156호부터 제687호까지는 지역구로 구분된다.
반면 그동안 실세 그룹에 속하던 민병철 당 생활검열부 부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책임비서, 로성실 전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이 탈락한 점이 눈에 띈다. 리병삼 조선인민내무군 정치국장, 백세봉 국방위원회 위원도 이번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박재경 전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명국 전 작전국장 등 은퇴한 군 원로급 인사들도 대거 대의원 명단에서 빠졌다.
반면 오극렬, 리용무 등은 은퇴 군 원로인사이지만 지역구로 재차 선출됐다. 이 밖에 원로급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5촌 고모부인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 ‘빨치산 혈통’으로 상징성이 있는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은 이번에도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권력기관으로 보기 어렵고, 다만 당 정책을 결정할 때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지만 민병철과 문경덕처럼 중앙당 현직에 있던 인물이 대의원에 빠진 것을 볼 때 이들이 해임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상징적인 자리이기는 하지만 현직에 몸담던 당 간부가 대의원에서 탈락됐다면 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여정이 대의원에 이름을 못 올린 것과 관련해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의 과장급으로 ‘책임일꾼’으로 불리면서 앞으로 김정은이 참석하는 각종 ‘1호 행사’에 안전담당 책임자로 전면에 나설 것”이라면서 “대대로 김일성의 안전담당을 김정일이 책임졌고, 김정일의 안전담당을 김경희가 책임진 것처럼 김정은의 친여동생인 김여정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경우 현재 후방 총국장으로 밀려난 만큼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기가 어렵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향후 권력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출 이후 한달 뒤인 4월 초 제13기 1차 최고회의를 통해 판가름될 전망이다. 이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과 새로운 내각기구가 개편된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는 “1차 최고회의를 통해 상임위와 내각기구에 선출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김정은 체제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인물들을 파악할 수가 있다”면서 “또 앞으로 145명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위원에 누가 뽑히는지에 따라 북한의 권력구도가 판가름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5년만에 실시한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결과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해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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