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북한 "통일장관이라는 자 동족 비난에 환장"
북, 11일 고위급 접촉 대표단 대변인 담화로 비방 중단 요구
북한이 지난달 14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음에도 남한 당국자들과 언론 등이 대북 비방중상을 계속해 합의 이행이 ‘엄중한 기로’에 놓였다고 11일 주장했다.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과 그에 추종하는 보수언론들의 우리에 대한 비방과 중상은 북남 고위급 접촉에서 이룩한 합의에 관계없이 더욱 악랄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모처럼 마련된 북남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이 엄중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담화는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부터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며 “통일부장관이라는 자 역시 동족 비난에 환장이 된 나머지 우리가 그 무슨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치사하고 역겨운 망발로 우리 군대와 인민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담화는 또 “남한 언론이 북한에 대한 ‘모략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남조선의 언론 매체들은 비뚤어진 정권의 시녀가 돼 불신과 적대감을 고취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매문가의 집합체가 될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애족애민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최근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들어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한 것과 관련, “자기의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 북남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담화는 “온 겨레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 속에 북남고위급접촉이 마련되고 귀중한 민족적 합의가 이룩되었지만 한 달도 못되는 기간에 벌어진 현실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에 남조선 당국이 떠드는 신뢰조성이 있고 북남관계의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북한이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힌 뒤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우리 당국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북한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아울러 우리 국민은 헌법으로 표현 및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적 권리를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제한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 부대변인은 또 “우리 측은 이러한 입장을 지난 남북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서 수차례 분명하게 밝힌바 있다”며 “이를 계속 문제 삼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소모적인 논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건설적인 방향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남북은 앞서 14일 7년 만에 성사된 2차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을 포함한 공식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당시 남과 북이 합의한 내용은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남과 북은 상호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는다’, ‘남북 상호 관심사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는다’이다.
이와 관련해 대북전문가들 상당수가 2번째 조항인 ‘남과 북은 상호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우리 언론을 견제하는 카드로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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