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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영공 사진 찍은 북한에 '버럭' 구글에는 '...'


입력 2014.04.08 09:29 수정 2014.04.08 09:49        김지영 기자

외국 경우 주요시설 가려진데 반해 청와대 사진은 누구나

북 무인정찰기엔 호들갑 구글은 방관 구글측도 답변 피해

북한의 무인항공기가 우리 영공을 활보하며 청와대를 비롯한 핵심 안보시설들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항공기 촬영 사진보다 정밀한 위성사진이 이미 2005년부터 9년째 온라인 검색 사이트인 구글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독일 등 다른 나라의 핵심 안보시설은 블러(탈초점), 모자이크 등 특수효과로 처리돼 가려진 데 반해 우리나라의 안보시설은 전 세계에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소도 잃고 외양간도 방치하는’ 격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지도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상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지형 촬영과 지도 제작 과정에서 국토부에 지침을 내리는 정보기관은 “국토부의 업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7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구글 위성사진은 현재 시점이 아니라 오래 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번에 청와대 지형 등 우리의 전략적 지형이 다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정부 차원에서 구글과 협력해 버티컬 처리를 하는 등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사실 인터넷에 청와대의 위성사진이 공개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다. 만약 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이라면 그동안 안보와 외교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정말 무심하고 무능력했다는 것이다.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인기 사진 공개한 조선일보에 ‘버럭’, 9년째 위성사진 공개한 구글에는 ‘...’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촬영한 청와대 인근 사진을 구글과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과 비교하며 질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 신문 1면에 ‘북한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상공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일본제 카메라를 통해 찍은 것으로, 조선일보는 “북한 무인정찰기가 청와대와 경복궁 상공에서 약 1㎞ 고도로 비행하며 촬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개된 사진은) 국가보안목표시설물이라 국가보안목표관리지침에 의거, 촬영과 사진 배포가 금지된다”며 “적군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온라인판에서 (사진을) 삭제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이어 공개된 사진의 추가 게재 자제를 당부하며 “대통령 경호실 차원에서는 관리지침 위반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무인기의 사진보다 화질이 뛰어난 위성사진이 9년 전부터 아무런 제재 없이 인터넷상에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국외 기업에는 9년째 손도 못 대면서, 인터넷에 공개된 위성사진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을 공개한 국내 언론에만 제재를 가하는 형국이다.

오히려 민 대변인은 구글에도 같은 제재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곳(구글)에도 조치를 취하겠죠”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놨다.

2005년부터 위성지도 서비스…각국 반발에 일부 시설 모자이크 등 특수효과 처리

구글은 지난 2005년부터 디지털글로브사(社)의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구글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지도는 세계적인 관광지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줘 각광을 받았지만, 반대로 군사시설을 포함한 국가 주요 보안시설의 위성사진을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각국은 정부 기밀시설의 사진에 대한 접근 차단을 요청했고, 구글은 네덜란드 누르트비트의 왕가 저택, 독일 가일렌키르헨의 공군 비행장, 프랑스 랭스의 공군기지 등 각국의 핵심 보안시설에 블러, 모자이크를 입히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북한 판교읍의 군사시설도 구글 지도에서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북한 판교읍의 군사기지, 독일 잉골슈타트의 공군 비행장, 네덜란드 누르트비트의 왕가 저택, 독일 가일렌키르헨의 공군 비행장. 구글 위성지도 화면 캡처

구글 위성지도로 본 청와대 사랑채 앞 삼거리. 주차된 사량은 물론, 공원의 사람 수까지 점으로 확인 가능하다. 청와대 안쪽까지 같은 해상도로 공개되고 있다. 구글 위성지도 화면 캡처

반면 우리나라의 핵심 안보시설과 군사시설들은 현재까지도 구글 위성지도를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 청사에 주차된 차량의 대수까지 확인 가능하다. 심지어 2010년 포격사건이 발생했던 연평도의 군부대와 포진지의 위치까지도 고스란히 공개된다.

2010년 이후 협상도 흐지부지…경호실 “방법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행법상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공간정보기획과 관계자는 지난 4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구글의 경우에는 국내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컨트롤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법으로는 국내에서 생산된 지도만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글측과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국외에서 생산된 지도) 부분은 국토부가 직접 상대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 보안 관련 지침을 내리는 안보 담당 부서와 얘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토부는 우리가 생산한 지도를 관리하고, 지침을 위반한 경우 제재를 가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부처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그건 국토부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국토부에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안보시설들이 다 노출되고 있는데, ‘우리 것만 가려달라’고 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더욱이 우리 정부는 위성지도의 공개 범위와 관련해 구글측과 공식적인 협상을 진행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보안시설을 지도에서 가려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구글측이 항공사진 제공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적은 있지만, 이조차도 2010년 현행법에 저촉돼 불허되면서 협상은 흐지부지됐다.

그나마도 움직이고 있는 쪽은 북한에 청와대 영공이 뚫리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통령 경호실이다. 경호실 관계자는 “경호실도 그렇고, 대통령 비서실 차원에서도 함께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법으로 제재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당사자인 구글 측은 위성지도를 공개하는 범위와 관련해 답변을 피했다.

앞서 ‘데일리안’은 지난 4일 구글 측에 위성지도에서 모자이크로 가려진 지역은 어떤 기준에 따라 조치된 것인지, 한국의 핵심 안보시설은 왜 그대로 노출되는지 문의했으나 7일 현재까지 회신이 없는 상황이다. 답변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구글 측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만 답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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