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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2013' 맨유 상장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4.04.12 15:20 수정 2014.04.12 15:2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서포터들 "증시 상장으로 장밋빛 미래만 부른 게 아니다"

말콤 구단주 '먹튀' 전락 시 과다부채 고스란히 맨유 몫

기대 이하의 행보를 그리고 있지만 맨유는 여전히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명문클럽 중 하나다. ⓒ 데일리안 DB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직후 최악의 시즌을 맞고 있다.

퍼거슨 감독 후임인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이끄는 팀은 정상궤도를 이탈했고, 구단의 부채는 여전히 막대하다. 기대 이하의 행보를 그리고 있지만 맨유는 여전히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명문클럽 중 하나다. 물론 이러한 명문클럽을 탄생시킨 것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과 증시 상장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26년간 리그 타이틀 13회 포함 38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추앙받았고, 1991년부터 이어진 증시 상장은 맨유의 외형적 팽창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은퇴한 뒤 지난해 맨유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거대한 부채가 구단을 옭매고 있다.

지난 1991년, 맨유 구단주였던 마틴 에드워드는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 증축 자금 조달을 위해 런던 증시에 상장했다. 단순히 자금 마련을 위한 상장이었지만, 맨유는 증시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에드워드 구단주도 상장을 통한 배당금,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에드워드 구단주의 상장 아이디어는 장밋빛 미래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맨유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지만 부채 또한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윤과 달리 부채는 에드워드 구단주가 아닌 고스란히 맨유 구단의 몫이 되면서 서포터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들었다.

또 에드워드 구단주의 주식 매각은 지배 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들었고, 이는 대주주들의 의견 충돌로 이어졌다. 200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조랑말 한 마리 때문에 구단 지분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대주주 존 매그니어, JP 맥마너스와의 불화로 사퇴 압력을 받았다. 불투명한 지배 구조가 드러낸 사례 중 하나다.

2005년 말콤 글레이저는 맨유를 불투명한 지배 구조에서 1인 독재 체제로 변모시킨 인물이다. 말콤 글레이저 및 글레이저 가문은 7억 9000만 파운드(약 1조 4000억원)에 맨유를 인수하면서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했다.

하지만 증시 상장을 통해 외형적으로 커질 대로 커진 맨유를 100% 인수해 상장폐지 시키기엔 말콤 글레이저의 자본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말콤 글레이저의 본인 투자금은 2억 5000만 파운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은행, 헤지펀드 등 빚으로 메우면서 재정적 위기를 초래했다.

말콤 글레이저가 끌어 쓴 헤지펀드는 이자율만 12~16% 정도에 이르러 한 해 이자만 2000만 파운드가 훌쩍 넘게 됐고, 총 부채에 의한 이자만 한 해 5000만 파운드에 이르는 등 사실상 파산에 가까운 위기에 직면했다. 말콤 글레이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선수 이적 금액과 스폰서 체결 등을 통해 원금의 일부와 이자를 갚아갔지만 그래도 재정 상황은 참담했다.

결국, 말콤 글레이저가 선택한 것은 증시 상장이었다. 런던, 필리핀 등 맨유를 상장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의 증시를 기웃거렸지만 최종선택은 뉴욕이었다.

지난해 8월, 맨유는 뉴욕증시(NYSE)에 상장에 성공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공모가 주당 16달러가 아닌 2달러 낮은 14달러에 진행됐다. 총 2억 3300만 달러(약 2600억원)의 자금을 모아 예상보다는 저조했지만, 보유 주식을 매도해 많은 부채를 줄였다.

1991년 런던 증시에 상장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 뉴욕증시 상장은 맨유에 대해 확실한 지배권을 가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맨유가 런던 증시에 상장됐던 시기에는 여러 명의 대주주들에 의해 맨유가 움직인 반면, 말콤 글레이저는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10배의 의결권을 따로 가져 증시 상장에도 1인 지배체제를 고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포터들은 맨유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배구조는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부채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를 통해 나온 배당금은 말콤 글레이저와 주주들에게 돌아가지만 부채는 나누지 않는다. 결국, 맨유의 부채는 말콤 글레이저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구단주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말콤 글레이저가 맨유란 구단을 팔고 새로운 구단주를 맞이할 때는 뉴욕증시의 주식 및 10배의 의결권 주식은 물론 구단 부채, 프리미엄권 등을 통해 맨유 인수 금액만 엄청난 액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말콤 글레이저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다행히(?) 말콤 글레이저는 아직까지 맨유를 팔 생각은 없어 보인다. 맨유의 인수자금으로 자신과 가문의 재력의 절반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부채를 모두 갚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면 '돈을 쓰면 더욱 돈이 들어 온다'는 특유의 투자방식은 맨유를 더욱 거대한 빅클럽으로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뉴욕 증시에서의 실패와 말콤 글레이저의 먹튀가 이뤄진다면, 맨유란 클럽은 천문학적인 재력이 있는 대부호의 인수 없이는 회생 불가능한 클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상엽 기자 (4222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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