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뒤끝작렬' 사과한다며 "줄 세우는 중앙정치..."
10일 기자회견서 사과문 한 줄 읽고 기성 정치 비판에 몰두
안철수는 결국 끝까지 ‘철수’하지 못했다.
10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관련 마지막 입장표명 자리. 안철수 공동대표의 구구절절한 발언은, 사실상의 ‘약속 파기’에 대한 단 한 줄의 사과에 비해 너무 길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운을 뗀 후,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우리들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 직후 안 대표는 현 국회의원 선거 공천과 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의 폐해, 지난 대선에서 무공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에 대해 5분 가까이 발언했다. 안 대표의 총 발언시간이었던 7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
그는 “국회의원 공천마저 권력자의 쪽지가 들락거리고 추악한 매관매직과 함께 유력자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온 국민이 눈뜨고 지켜보는 국회의원 공천조차 그러한데,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기초단체 공천의 폐해는 어떠한가”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당은 공천 받아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줄 세우는 중앙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대선 공약으로 ‘무공천’을 내세운 데 대해 “정치인은 거짓말쟁이고 공약은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비판해도 아무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비판하듯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갑자기 표적을 바꿔 새누리당을 겨냥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공약을 파기하고 이익을 택했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며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무공천을 고수할 경우 선거에서 궤멸하고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당내여론을 언급하며 “그것이 정치개혁에 대한 내 생각과 엄중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개혁의 길은 원래 험난한 길이긴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미련을 보였다. 책임지는 자리인 ‘당 대표’ 안철수의 긴 발언이, ‘어쩔 수 없었다. 억울하다’는 책임 미루기로 들리는 이유다.
반면 ‘노련한’ 김한길 대표는 짧은 몇 마디를 남기고 재빨리 상황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어쨌든 결과적으로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관철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를 끝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논란을 마감하고 파부침주의 자세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의 단합은 승리의 필요조건이고, 우리의 분열은 패배의 충분조건”이라며 지방선거 승리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기호2번’ 되잡은 새정치연합, 선대위 체제로 발 빠르게 전환
한편 공천 유지 선언 이후 이들은 곧장 ‘선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공동대표의 입장표명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당 내외부적으로 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외하고 단일대로로 승리를 향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6시 최고위원회를 시작으로 오후 9시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 계획이다. 두 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토대로 공천과 관련한 당규를 만든다. 또한 다음날인 11일 오전 중으로 선대위 구성 결과를 발표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 대표가 강조한 과감한 혁신, 그리고 공천의 여러 폐해를 완벽히 제거해 진정으로 과감한 개혁공천이 실현되도록 하겠다”라며 “내용, 사회적 소수자, 불필요한 줄 세우기, 사당화, 특정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전횡공천을 제도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 관련 투표 이전부터 공천 유지 또는 폐지라는 두 가지 결론에 대한 대비책을 모두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11일 선대위 첫 회의를 가짐에 따라, 차기 대선후보인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 등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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