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부인 간호… 부인 숨진 사실조차 기억 못해
치매를 앓던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8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노인은 지난 15년간 자신의 부인을 간호해 왔으며 이에 지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박종택 부장판사)는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57년 B씨와 결혼한 뒤 50년 넘게 부부의 연을 이어왔다. 그러나 15년 전 B씨가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난 뒤 이후 치매까지 앓게 되면서 A씨의 병간호가 시작됐다.
결국 지난해 8월 A씨는 서울의 자택에서 B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으나 외손자가 A씨를 발견하면서 목숨은 건졌다.
이후 A씨는 치료받는 동안 부인이 숨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에게 "아내가 왜 면회를 오지 않느냐"고 묻는 등 해리성 기억상실 증세를 보여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 본인도 치매와 우울증을 앓았을 뿐 아니라 고령인데다 기억상실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 수감생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벌금형 한 건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