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서 실종된 야당, 결국 잠재적 분노의 표적
SNS 분석 전문가 "실종자가족 야당정치인 찾지도 않았다"
"정치권 모두 국민 슬픔에 뛰어들 공감 능력 부재 증거
“황우여, 최경환, 안철수, 김한길 등 여야 지도부가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다. 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권력과 분노한 국민이 완충지대 없이 직접 맞대면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특히 야당 정치인의 실종은 비겁한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잠재적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소셜미디어(SNS) 여론분석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모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7일 좋은정책포럼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공동 주최한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 - 선 자리와 갈 길’이라는 주제의 긴급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SNS : 집단지성의 새로운 진화’라는 내용으로 발표하며 ‘세월호 참사 인물연관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 대표는 “인물연관어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총 버즈량 450만건 가운데 버즈량 63만8050)에게 압도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세월호가 두 번의 참사가 있는데 1차가 배의 침몰이라면 생명을 구조할 수 있었던 최초 3일 동안 정부의 무능이 2차 참사다. 상당수 국민들은 선장과 선원에게 분노했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더 큰 분노를 했다는 것”이라고 인물 연관어를 분석했다.
특히 유 대표는 ‘정치의 실종’을 언급하며 “이 문제는 과장해 말하면 정당민주주의의 위기까지 확대해 말할 수 있다”면서 “팽목항에서 최초의 3일 동안, 이 중요한 순간에 정치가 없다면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 대표는 “최초 3일 동안 그렇게 애타게 생존자를 기다리던 순간, 장관 등 고위관계자들이 와서 이상한 행동을 해 욕만 먹었다”며 “예전 같으면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야당 정치인을 찾는데 이번에 찾지도 않았다는 것은 실제 그들을 대변할, 그들을 위한 정치인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단체연관어 분석’에서도 유 대표는 “새누리당(총 버즈량 450만건 가운데 10만8437)이 그나마 올라온 것은 한기호, 권은희 의원 등의 실언 때문”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1만건도 안되는 버즈량으로 야당 정치인은 관심의 대상도 안됐다는 게 중요한 의미”라고 해석했다.
유 대표는 “과거에는 반민주 등 어떤 대상과 싸울 때 야당의 역할이 있었고 시민단체나 종교단체가 있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서 모두 사라졌다”며 “국민들은 정부의 대변인도 못믿고 누구도 믿지 못하면서 진실을 알기 위해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몇몇 언론만 신뢰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세월호 참사 심리연관어’ ‘세월호 참사 긍부정연관어 이동 매트릭스’ ‘세월호 참사 미디어연관어’ 등을 분석한 유 대표는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정당에 요구하고 있지 않다”면서 “분노의 상태가 오래 가고 있지만 이러한 것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동력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대형참사에서 집단지성(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지적 능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측면에서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대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클레이 셔키 교수의 긍정적 견해와 소셜미디어가 사회변혁이나 혁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은 과장됐다는 말콤 글래드웰 뉴요커 기자의 부정적 견해 두가지를 모두 소개했다.
이후 유 대표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지만 정치권 모두 국민들의 슬픔에 온전히 뛰어드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 조직해 하나의 힘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정파를 뛰어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여권도 그렇지만 야권 역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책임의 크기가 다를 수 있지만 야당 정치지도자의 책임은 없는가”라며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새정치연합도 하락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유 대표는 “누구든 국민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뛰어드는 사람이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이며 그 지도자가 SNS의 집단지성과 건강하게 만날 때 사회운동이 지속화 될 것”이라며 “자발성만 갖고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말콤의 말에 동의하고 새로운 지도자가 이들과 만난다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클레이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집단지성의 두 가지 견해에 빗댔다.
아울러 유 대표는 “이번에 SNS를 관찰하면서 굉장히 자정 능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민간잠수사라고 주장한 홍가혜에 대해 정부보다 SNS에서 먼저 반나절도 안돼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음을 예로 들었다.
유 대표는 “그만큼 많이 훈련됐다는 것”이라며 “루머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계정을 즉각 열어 권위 있는 정보를 알려줬어야 한다. 이는 루머가 퍼질 여지를 줄여야 하는 것이지 루머 자체를 단속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또한 유 대표는 SNS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수용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이미 형성됐다며 “정치권은 아무도 못했지만 소셜미디어는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다”면서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문제”라고 정치권에서의 SNS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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