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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빨리 빨리’ ‘싸게 싸게’ 기성세대, 세월호의 공범”


입력 2014.05.22 13:22 수정 2014.05.22 13:25        김소정 기자

한국선진화포럼 ‘세대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토론회

“세월호 사고는 안전사고이기도 하고, 탐욕에서 빚어진 사고이기도 하며, 돈만 생각하는 ‘천민자본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성세대가 어린 학생들을 보살피지 못하고 죽음으로 방치했다는 것이다.”

한국선진화포럼(손병두 회장)이 22일 ‘세대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월례토론회 발제자인 박효종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 대해 “지금 국가 공동체의 개조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의 개조가 필요하다고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팔로워의 멘탈리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리더’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나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지도층은 보신주의와 기회주의로 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 결과 우리 기성세대들이 공동체 내부에서 크든 작든 ‘세월호’를 기르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 시대에 아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했던 ‘파이다고고스(paidagogos)’처럼 기성세대는 각각의 전문 영역에서 배를 지휘하는 선장의 책무를 갖고 있는데도 세월호 침몰 당시 기성세대는 단순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넘어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고 어린 학생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선진화포럼(손병두 회장)이 22일 ‘세대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월례토론회 발제자인 박효종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 대해 “지금 국가 공동체의 개조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의 개조가 필요하다고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진화포럼

이렇게 청소년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된 ‘기성세대가 앞으로 어떤 반성을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박 교수는 “기성세대의 권위를 회복해야 하며, 그 권위는 고대 로마 공화정이 ‘아욱토리타스(auctoritas·원로원)의 권위’처럼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면서 “로마에서 권위를 가진 귀족층은 과연 그 권위를 믿고 따르는 젊은 세대를 성장하게 만들고 번영하게 만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개혁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군대가 아닌 생업을 위한 일상에서도 죽음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됐다. 바로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이다. 그런 경우 리더라면 스스로를 희생하고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과연 우리 공동체의 리더들은 그런 각오를 갖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에 리더십은커녕 최소한의 직업윤리조차 지키기를 포기한 선장과 선원, 돈에 눈이 어두워 부실 항해를 조장한 해운사, 구조 활동에 무능력했던 해경은 모두 분노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분노와 비판의 감정을 쏟아내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왜냐면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이런 불의한 관행에 말없이 순응하면서 ‘빨리 빨리’와 ‘싸게 싸게’로 사회 전체를 운영해왔으므로 이번 사고의 공범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월호 사고의 충격은 크지만 ‘나라 전체가 틀려먹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자기학대와 자기부정은 금물이다. 또 자신의 탓은 없고 남의 탓만 하며 맹목적인 분노만을 표출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뿐만 아니라 촛불시위와 선동 등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람직한 권위에는 ‘봉사하는 권위’라는 분명한 뜻이 들어 있다. 즉 명령하는 사람보다 복종하는 사람들의 ‘선’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에 기성세대에게는 처절한 자기반성과 자기변화가 꼭 필요하다”면서 “특히 그동안 미완성세대 정도로 폄훼했던 젊은 세대의 놀라운 책임감과 영웅적 기질을 보고 주저없이 배우는 겸손함을 가지고, 대오각성해 새로운 출발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공동체는 마지막 희망까지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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