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혼자 잘못 아닌데 와들 그라능교"
<2014 지방선거 뜨거운 유세현장을 가다②-대구시장>
변화 바람 거세다가 세월호 참사후 "여기는 대구..."
“근데 그게 전부 다 박근혜 혼자 잘못이 아닌데 와 그라는지 몰겠데이.”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최대 화두는 ‘변화’로 표현되는 ‘민심의 분노’다. 지난 시절 유일하게 전국에서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보수의 심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대구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
연이은 경기 침체 속에서 대구 시민들이 이제는 “바꿔”를 외치고 있다. 지난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친박계 후보인 서상기-조원진 의원을 내치고 비박계인 권영진 후보를 선택하면서 이미 그 신호탄을 쏴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에서 친박계 후보가 경선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정치권에서는 ‘설마’라는 기대감도 감돌았다. 경선에서 특정 계파가 아닌 인물을 보고 선택한 만큼 본선에서도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인 듯하다.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면서 오히려 ‘이건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대구에서 조성되고 있다. 잘못한 점에 대해서 ‘사랑의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호는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다. 지난 정권 모두의 잘못이라니까”
22일 권 후보의 출정식이 이뤄진 서문시장 내 소방서 앞, 지원유세에 나선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열흘간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보면서 우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쇼다 연출이다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야당”이라며 “새누리당의 심장 대구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밀리는 일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상훈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서 “권 후보가 대구시장이 돼서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고 남은 임기 동안 성공적으로 국정수행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보던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그래 맞다. 저기 정답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노년의 여성도 “백번 옳은 말이데이. 자꾸 말해봤자 입 아프다 아이가”라고 툭 던졌다.
실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직격으로 맞았다. 60%대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던 박 대통령은 참사 이후 한때 4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물론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지지율 정체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대구는 상대적으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3사(KBS-MBS-SBS)’가 지난 17~19일 대구시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신뢰수준 95%에 ±3.4%p)에 따르면 권 후보는 41.3%를 얻어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29.7%)를 11.6%p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신문’이 지난 17~18일간 대구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p)에서도 권 후보는 40.5%로 1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는 26.8%를 받아 두 후보 간 격차는 13.7%p로 확인됐다. 여전히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66세의 조모 씨는 “이번 사고에서 박 대통령이 제대로 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 근데 이게 전부 다 박 대통령 책임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근로직에 종사하는 강모 씨(55)는 “숨진 애들도 안타깝고,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오죽하겠냐만 박 대통령도 힘들거다. 이럴 때일수록 믿어줘야지”라고 응원했다.
의료시설에서 전산업무를 하는 채민호 씨(34)는 “세월호는 누구 하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어. 지난 정권 모두의 잘못이야”라면서 “그리고 여기는 대구야.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당연한 곳이지”라고 말했다.
“권영진이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결국 새누리당이 더 많은 표 받을거야”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시민들의 지지세도 새누리당 쪽으로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권 후보가 내세운 ‘변화와 혁신’보다는 ‘새누리당’ 그 자체를 보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 후보는 대구시민들 사이에서 생소한 인물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이후 정치적 활동은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졌다.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만 빼면 대구와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다. 계파도 친박(친박근혜)계가 아닌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지난 당내 경선에서도 권 후보는 당원과 대의원, 일반일들로 구성된 국민선거인단 투표, 여론조사 20%를 합산한 결과 1215표로 1위를 차지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4명의 후보 가운데 3위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인지도 약하다는 면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50대의 이동인 씨는 “권영진? 이름은 처음 봤는데 행정경험이 많더라. 근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여기는 새누리당이야”라고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회사원 윤모 씨(34)는 “새누리당 후보는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새누리당을 찍겠지”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이창훈 씨(30)는 “부동의 콘크리트를 가진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다. 여기는 대구니까”라고 예측했다.
대구 최대의 중심가인 동성로에서 요식업을 하는 이모 씨는(33)는 “나는 권영진도 모르고 김부겸도 모른다. 결국 선거는 한표라도 더 받는 놈이 이기는 것이고, 여기서는 새누리당이면 더 많은 표를 받게 돼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부겸? 사람은 참 좋다고 하는데 당 때문에 안된다. 여기는 대구 아니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재차 대구의 문을 두드리는 김 후보는 인물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소속 정당이 발목을 잡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 후보의 능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당 때문에 선택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을 하는 30대 초반의 이모 씨는 “나는 김부겸이 좋다. 대구도 한번쯤은 변화가 필요한데 그게 김부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하지만 결국 권영진이 될 것이다. 우리 집도 전부 권영진 찍는다고 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새정치연합이 싫으니까”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최호원 씨(60)는 “수성구 쪽으로는 어른들도 김부겸이 많이 찍는다고 하더라. 사람은 좋다고 하데”라면서도 “그런데 김부겸이가 아무리 좋아도 당 때문에 안 돼. 여기는 대구야. 차라리 서울로 가지 뭐하러...”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개인택시를 하는 50대의 김교식 씨는 “새정치연합이 지금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물어뜯을 게 아니다”며 “이게 그동안 쭉 쌓여온 문제가 터진 건데 자기들도 지난 시절 집권 하지 않았나. 그럼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어 “무조건 내 탓은 아니고 니 탓이라고 하면 우야노. 국민들이 믿음이 가는 이야기를 해야지 니가 해서 이런 재앙이 왔다는 무당들 하는 이야기만 하면 무슨 믿음이 가겠노”라고 혀를 찼다.
다만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김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흘러나오면서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수성갑에 출마해 이한구 의원을 상대로 아쉽게 패했지만 40.42%라는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다.
회사원 김모 씨(31)는 “대구도 이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점점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금융업에 종사하는 남모 씨(32)도 “나는 김부겸을 지지한다. 이번에는 힘들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김 후보의 지지층이 불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동성로에서 식품업에 종사하는 최대호 씨(34)는 “나는 정치는 잘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마이 무따 아이가”라고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회사원 윤기라 씨(34)는 “김부겸이 지난번 총선에서 수성구에 나왔을 때도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대구의 젊은 사람들은 보수성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선거운동이 되면서 송영우 통합진보당, 이원준 정의당 후보도 이날 일제히 본격적인 행보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정숙 무소속 후보는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이날은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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