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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이 빚만 남겼다"..."유정복인 뭐했는데?"


입력 2014.05.31 10:21 수정 2014.05.31 10:23        인천 = 데일리안 백지현 기자/이혜진 기자

<2014 지방선거 뜨거운 유세현장을 가다⑦-인천>

오차범위 내 접전 반영핟읏 민심도 양후보간 팽팽

6.4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오일째 접어든 26일 인천시장에 도전하는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격돌하는 가운데 인천시 서구 가정동에서 루원시티(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지구)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3조원을 한 줄로 세우면 63빌딩만 하다고 하는데, 인천의 현실은 빚이다. 빚.”

6.4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5일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토지금고시장 앞. 추적추적 빗줄기가 거세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맛좋은 참외 한 바가지 사가세요”라고 외치며 손님의 발걸음을 잡아끌던 이모 씨(50대·청과물가게 운영)가 인천시장 선거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300여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인천은 수도권에서도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부채해결, 송도 신도시개발, 9월 예정된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인천시민의 최대관심사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였다. 인천은 1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전국에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는 “인천은 부채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 서울의 위성도시 밖에 안 된다. 인천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며 “연안부두도 다 죽었고, 기업들도 다 빠져나간다고 난리고, 그렇다고 어디 인천 주변에 큰 기업이 있어서 먹고 살리기라도 하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시장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이 고개만 넘어가도 할머니, 할어버지들은 진짜 누구 말마따나 비참한 사람들이 많다. 박스하나 가지고 서로 가지려고 싸운다. 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이 많아서 그렇지 아시안게임이고, 신도시고, 없는 서민들부터 잘 살게 하고 올라가야지 무조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인천의 현실은 ‘빚’이다. 빚. 13조원을 한 줄로 세우면 63빌딩만하다고 하는데, 이 많은 빚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답답하다”는 그는 마침 시장 앞에 서 있는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유세차량을 보며 “토박이 인천시장이 한번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송림동 거기가 달동네 아니냐. 달동네서 연탄 때가면서 자라본 사람이 배고픈 사람 심정을 안다고, 토박이 인천시장이 나오는 것도 괜찮다”면서도 “근데 유 후보가 아직 인천에서는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현재 송 시장에 비해 인지도면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 지난 23일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사흘간 인천 거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는 41.7% 지지율을 보여 유정복 후보(35.1%)에 비해 6.6%p차이로 앞섰다. (인천지역 집 전화 400명, 휴대전화 400명을 대상으로,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권을 향해 “연평도 꽃게를 한번 봐라.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정치인들이 딱 그 짝이다”며 “잘못한 거는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잘 한 거는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그러지 무조건 물고 뜯는다고. 이번에 대통령이 눈물 흘리면서 사과하는데도 그게 연극이라고. 에이고 말 같은 소리들 좀 하라”고도 말했다.

6.4지방선거 선거운동이 5일째 접어든 26일 인천시장에 도전하는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인천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에서 유세지원을 나온 이완구 원내대표, 최경환 공동선대위원장 등 상인들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6.4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육일째 접어든 27일 인천시장에 도전하는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인천시 서구 검암동 검암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송영길 측근비리 “우리가 바로 피해 당사자”

이 씨의 말에 과일을 고르던 강모 씨(40대·여성)는 송영길 시장의 측근비리를 지적하며 “피해 당사자가 바로 우리집”이라고 했다.

인천 토박이라는 이 씨는 남편이 인천시 산하기관에 있다고 했다. 그는 “1년 전부터 대기 발령 중에 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성맹세를 안 했다고 해서다”며 “정치권 바람이 너무 심했다. 인천시의 측근비리는 심각할 정도다. 송 시장이 인천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인천시 모두가 공감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 홍보기간도 짧았고 아직 유 후보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선거가 아직 며칠 남았다”며 유 후보의 당선에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최모 씨(70대)는 한국정치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호남 시켜놓으면 호남패거리 정치하지, 충청 시켜놓으며 충청패거리 정치하지, 이번에는 인천사람이 돼야 한다”면서도 송 시장의 측근비리에 대해서 “국회의원하면서 정치꾼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 부채문제와 함께 송영길 시장의 측근비리 또한 민심을 흔들고 있다. 송 시장은 측근비리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거듭 사죄의 뜻을 비쳤지만,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사원인 장모 씨(30대·남성)는 오는 9월 개최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는 “송 시장의 부채에 많이 이야기들 한다. 서울에서 와서 잘 모르겠지만 송 시장이 인천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경기장 준비나, 그 주변에 발전을 많이 시켰다”며 “유 후보는 인천에서 자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인천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인천무학경기장 인근에서 만나 40대 남성도 “송 후보가 그동안 한 것도 많다. 아시안게임 준비도 잘 했고, 송도개발로 성과도 냈다”며 “국제행사를 준비하려면 투자는 당연히 필요한거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문젠데 송 시장은 적절히 잘 관리했다고 본다”며 송 시장의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를 높이 샀다.

그는 부채문제에 대해서도 “부채문제는 안상수 전 시장이 부채를 이미 많이 져놨던 거다”며 “그러나 지금은 누가 됐든 부채문제도 있고 하니, 치적을 내세우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선거철마다 ‘지역현안을 해결하겠다’고들 하면서 뽑아놓으면 ‘역시나’ 관행에 젖은 정치인에 불신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상당했다. 유세운동으로 안 그래도 비좁은 시장거리가 더욱 복잡해지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40대의 여성은 “누가 되든 관심 없다. 안상수 전 시장 때도 그 이후에도 큰 변화가 있었나? ”이라며 손사래를 치며 급히 자리를 떴다.

유 후보가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김포에 살다 인천으로 이사를 했다는 강 씨(20대·남성)는 “후보 중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누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와 닿는 공약이 없으니 투표를 못 하겠다”며 “그냥 누가 됐든 깨끗한 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않고 끝까지 최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6~7%p 차이로 다소 밀리고 있던 유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2~3%p 차이로 좁혀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인천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송 후보가 46.3%, 유 후보가 44.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유정복 캠프 측은 28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말을 거치면서 약간 지지율을 좁히고 있는 추세다. 최소한 이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완만한 상향으로 가고 있다”며 “변곡점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캠프 관계자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뭐라고 얘기하기 힘든 박빙상황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렇게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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