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국조 시작 안하면 한 발도 못 움직여"
유가족 대책위, 국회 찾아 국조특위 가동 등 요구했으나 여야 '평행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27일 국회를 찾아 국정조사특위 가동과 증인 채택 합의 등의 사항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책위 측은 이날 오후 5시경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간사 간 ‘2+2협의’가 이뤄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을 찾아 △국조특위를 즉각 가동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공개를 강제할 방법 채택 △본회의와 국조특위 같은 날 개최 △국조특위 업무개시 동시에 진도로 가서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이날 유가족 대책위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및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 등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여야 간 이견으로 국정조사가 미뤄지는 상황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듣고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야의 일방적인 발언은 “제발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고 일해달라”는 유가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조특위를 열기 전 국정조사 증인을 먼저 합의해 국정조사계획서에 명시하자는 반면, 새누리당은 국조특위를 먼저 연 후 거기서 증인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18대 민간인 사찰 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위원장 뽑고 인사말 하는 회의 이외에는 단 한 번도 특위가 열리지 않았다”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국조특위도 가동됐지만 증인채택 문제로 거의 보름 이상 협상만 하면서 국조 기간을 다 까먹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번에는 이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새정치연합이 국조계획서에 먼저 증인을 열거하고 명기하자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는 국조증인, 조사대상 기관 모두 먼저 특위에서 결정하게 돼있다. 오늘이라도 국조특위를 빨리 열면 된다”면서 “그런데 야당에서 국조특위를 열기도 전에 이 모든 것을 미리 확정하겠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거다. 이 때문에 특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완구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뜻을 모두 담자는 것에는 여야가 큰 틀에서 이견이 없다”면서도 “국회는 법과 관행으로 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법과 원칙과 절차에 따라 하고 있다”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에 유가족들이 “절차. 원칙 하다가 애들이 다 죽은 것 아니냐. 지금 애들이 그렇게 됐는데 언제까지 그 말만 할 거냐”라고 항의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법과 절차를 재차 언급하며 발언을 멈추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한번만 더 절차니 법이니 이야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막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번갈아가며 앞으로 나와 각 당의 입장만을 되풀이했고, 유가족 측은 “우리는 각 당의 입장 들으러 온 게 아니다. 논의한다고만 하지말고 빨리 합의를 봐서 국회를 열어달라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면서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결국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가 “밤을 새서 합의를 보겠다”며 2+2협의에 들어갔고, 유가족은 “합의가 될 때까지 국회를 떠날 수 없다.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의가 시작된 지 채 20분도 채 안 돼 김재원 수석이 “협의를 위해 필요한 전화통화를 하러 간다”며 세 차례 회의장을 들락날락 했고, 자취를 감춘 그는 2시간이 지나서야 회의장에 나타났다.
이에 국조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현미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먼저 합의를 한다고 해서 우리는 내내 기다리고만 있었다”면서 “김재원도 청와대랑 이야기하느라 계속 자리 비운 것 같다. 김영록 수석이 계속 전화를 하는데 연락이 안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가 언제 특위위원장 바꿔달라고 했느냐” 또다시 ‘평행선’ 회의
한편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 해임을 놓고도 유가족과 여야 간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앞서 희생 학생의 어머니는 심 위원장의 ‘누드 사진 파문’을 언급하며 “왜 그런 사람을 특위위원장으로 앉혔느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1차 2+2협의가 끝난 후 “가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심재철도 흔쾌히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면서 “순서상 이번에는 새누리당에서 특위위원장을 맡아야 하니, 가족들이 새누리당 의원 중에서 누가 맡았으면 좋겠는지 찍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 우리가 언제 특위위원장 바꿔달라고 했느냐”면서 “한 어머니가 안타까운 마음에 하신 말을 갖고 유가족 전체가 그것을 얘기한 적 없다. 우리가 요구한 4가지를 다시 읽어줘야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굳은 얼굴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 유가족들이 아까 심재철 위원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맞섰고, 또다시 유가족들의 항의와 분노 섞인 질책이 쏟아졌다.
결국 면담이 시작된 지 4시간이 지난 6시30분이 되어서야 두 번째 2+2협의가 가동됐으나, 3시간이 넘도록 아무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각 당의 입장만 번복할 뿐이었다.
유가족 측 유경근 대변인은 “여든 야든 자기당 입장을 말하지 말고 국회의원으로서 합의를 보고 국회 입장에서 얘기해 달라”면서 “결론적으로 10시까지 기다려보고 진전된 사항이 나오지 않으면 이후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더 이상의 평행선 논쟁을 기다릴 수 없다는 마지막 경고를 보낸 것이다.
유 대변인은 이어 “명확히 밝힐 것은,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는 여기서 단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인다”면서 “이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 의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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