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요양병원 참사, 세월호 사고와 '씁쓸한 공통점'
처음엔 학생 이번엔 노인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
초동 대피과정서 도움 받지 못해 대형사고 키워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28일 오전 불이 나 2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의 피해유형 및 원인 등과 관련, 세월호 참사의 그것과 상당부분 유사한 양상이다. 또한, 우리사회 내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세월호 사고 40여일 만에 또 다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여론의 비난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우선, 두 사고의 가장 큰 공통점은 피해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10대 청소년과 몸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중증 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즉, 세월호의 경우, 제대로 안전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던 만큼 대피 과정에서 선박 측의 판단을 따르는 과정에서 화를 당했다면 이번 요양원 화재사고에선 중증 노인 환자들이었던 만큼 전적으로 간호사나 병원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녹록치 않았던 셈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7분경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를 통해 접수됐다. 이후 즉시 119구조대가 4분 만에 사고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사망한 환자들은 대부분 70~80대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 홀로 대피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불이 난 별관 306호에는 중증 치매·중풍 환자 34명이 있었지만 환자들을 보살펴야 할 간호사는 1명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신속히 대피하도록 돕는 간호사가 부족했다는 점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자들의)손에 묶인 천을 가위로 잘라서 구조했다는 소방관 진술도 있어 병원 측의 환자 관리 적법성 여부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배 안에 있었던 10대 학생들이 선박 측에서 “그대로 있어라”며 사실상 이들의 대피를 돕지 못한 점과도 닮아있다. 심지어 승객의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선장과 일부 선원들 대부분이 먼저 탈출하기까지 했다. 두 사고 모두 사고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초동대피 과정에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고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사고 이후 보여진 청해진 해운과 병원 측의 반응도 묘하게 닮아있다. 여객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72)는 앞서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당시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연안여객터미널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이면서 “이번에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합니다”고 흐느꼈다.
김 대표는 또 “특히 안산 단원고등학교 어린 학생들 정말 안타깝고 또 안타깝습니다. 우리 해운이 죽을 죄를 졌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사과하는 등 기자회견 내내 연신 눈물을 흘리며 3차례 90도로 허리를 굽혔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는 28명의 사상자를 낸 효사랑 병원 측에서도 답습됐다. 이형석 효사랑 요양병원 행정원장은 28일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죄송합니다. 사죄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며 무릎을 꿇고 큰절로 사과한 뒤 화재발생 경과를 보고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물론 일부 네티즌들은 이날 즉시 사과한 이 원장의 태도의 진정성을 인정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 같은 사고에 열악하게 노출된 병원 측의 도외적인 책임여부에 대해서 강도 높게 질타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아울러 두 사고 모두 우리사회 내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뼈아픈 공통점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해당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들은 연령별로 50대 4명, 60대 6명, 70대 12명, 80대 10명, 90대 2명이며 질환별로는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와상 환자(거의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 5명, 치매 환자 25명, 노인성 질환자 5명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화재 당시 별관 근무 병원 직원들은 간호조무사 2명, 간호사가 1명이었으며 조무사 김모(53)씨는 소화전으로 불을 끄다가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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