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타고투저, 미친 에이스 그리움만 쌓인다
0.288-5.20으로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 능가
스트라이크존 판정 탓? 특급 투수 그리움 더해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로 요약된다.
2일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 전체 팀 타율은 0.288이고, 평균자책점은 5.20에 이른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1999년(0.276, 4.98)을 능가하는 수치다.
무려 7개팀의 평균자책점이 5점대를 훌쩍 넘는다. 팀 평균자책점 1위 삼성도 4점대(4.02),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없다. 두산은 유일하게 팀타율이 3할대(0.310)를 넘겼다. 팀당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기는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 4~5점차 리드도 한 순간에 뒤집히는 난타전이 빈번하다.
외국인 거포의 재등장과 토종 타자들의 기술적 향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투수들은 고전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 2점대 이하는 6명, 3점대 이하는 무려 19명이었다. 2013년에는 2점대 이하 3명, 3점대 이하는 총 15명으로 줄어들더니 올 시즌에는 2점대 이하 투수가 밴 헤켄 뿐이고, 3점대 이하는 10명에 그치고 있다. 극소수의 정상급 투수를 제외하면 마운드 장악력은 점점 약화되는 추세다.
올 시즌 평균 6이닝 이상 소화하고 있는 투수는 총 10명이다. 평균 이닝소화력이 가장 뛰어난 투수는 KIA 양현종이다. 11경기 74.2이닝으로 약 6.79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 밴 헤켄은 12경기 71이닝으로 평균 6이닝에 못 미친다. 퀼리티스타트는 양현종 외에는 밴 헤켄, 에릭(NC), 홀튼(KIA) 등 4명의 선수가 8회로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완투는 현재까지 두 번만 나왔고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기록했다.
지난 10일 잠실 삼성전에서 두산 니퍼트,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삼성 밴덴헐크가 각각 완투승을 따냈고 완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12년에는 총 33차례의 완투경기가 나왔고, 그중 11번이 완봉승이었다. 지난해는 21회의 완투와 6회의 완봉승으로 크게 감소했다. 현재까지 전반적인 리그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올 시즌 기록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화끈한 타격전도 좋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경기의 질을 떨어뜨린다.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계속되는 타격전은 경기시간만 잡아먹고 흥미를 반감시킨다. 단 1~2점만 나오는 경기라도 튼튼한 마운드가 강타선을 압도하는 팽팽한 투수전 역시 야구의 백미다. 특히, 투수 한 명이 경기를 지배하며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에이스 대결'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다.
에이스 기근에는 여러 원인들이 거론된다. 국내에 재능 있는 투수는 한정되어있는 반면, 날로 발전하는 타자들의 타격기술과 전력분석 시스템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만 놓고 보자면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도 투수들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올 시즌 유독 잦은 오심논란에 가렸지만 현장에서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에서 나온다.
스트라이크존 자체가 좁아진 것도 문제지만,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고 심지어 경기 중에도 심판과 타자에 따라 기준이 오락가락할 만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타고투저 현상의 배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 중 하나가 스트라이크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