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종북'세력과의 '후보단일화' 거부했다
통진당 보조금 챙기고 '먹튀' 부산-울산-인천-경기 '완패'
"더이상 승리만을 위한 정파적 결합과 연대에 속지않는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단일화'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유권자를 기만하는 종북세력과의 연대에 국민이 고개를 돌린 것이다.
지난 1일 백현종 통합진보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앞서 같은 당 소속 이영순 울산시장 후보와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에 이은 줄사퇴였다. 사실상의 야권 단일화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백 후보가 지난달 30~31일 진행된 사전투표까지 치른 후 급작스레 사퇴하면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15만표에 가까운 무효표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전체 투표수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전투표에서 백 후보가 얻은 표가 모두 무효표로 처리된 데다, 투표용지 제작이 이미 시작된 뒤에 사퇴했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백 후보의 이름이 올랐고, 이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일반투표에서도 백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투표 직전 사퇴해 국고보조금을 챙긴 '먹튀'행태도 역풍을 맞은 이유가 됐다.
이에 대해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사퇴한 통합진보당 후보 3명 중 2명이 국고보조금을 받고 난 뒤 사퇴해 국고보조금 32억원이 ‘먹튀’ 후보들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이정희 후보가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고 박근혜 후보 반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한 모습과 판박이"라며 "새민련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종북정당과의 정치공학적 연대, 국민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
5일 오전 경기도를 끝으로 개표 작업이 끝난 결과, 부산에서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야권단일화는 결국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뒤집기를 기대했던 부산은 물론 울산과 인천에서도 석패를 면치 못했으며, 상승세를 보이며 선두싸움을 벌이던 경기까지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부산의 경우, 이날 오전 4시를 기준으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각각 50.7%, 49.3%를 획득해 오 후보가 아쉬운 패배를 맛보았다. 접전을 벌인 결과 승리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단일화 전보다 확연히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앞서 오 후보와 김영춘 새정치연합 후보의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결과, 서 후보와 김 후보, 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5%, 11.0%, 27.9%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두 사람의 단일화 직후, 오 후보의 지지율이 34.3%까지 올랐다. 또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한 때 서 후보(32.7%)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울산은 야권의 완패였다. 즉, 기대했던 단일화 효과를 전혀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날 개표 결과, 김기현 새누리당 후보(65.4%)는 조승수 정의당 후보(26.4%)를 39%p 차이 가볍게 눌렀다.
지난달 18일 울산방송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가 52.3%, 이상범 새정치연합 후보 11.9%, 조 후보 8.9%, 이갑용 노동당 후보 4.2%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는 25%였다. 따라서 조 후보의 실제 득표율과 비교할 때, 단일화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기에는 힘든 수치다.
시장직을 빼앗긴 인천의 경우, 2010년 선거에 비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의석을 넘겨줬다.
지난 2010년 당시 민주당은 시도의회의원 선거에서 23석, 시·군·구청장에서 6석을 얻었다. 여기에 민노당이 얻은 2석을 합해 총 31석을 확보했다.
이에 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5일 오후 2시 현재 시도의회의원 10석, 시·군·구청장 3석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들이 지난 선거에 비해 기록이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한 동구청장(정의당), 남동구청장(정의당), 연수구청장(새정치)은 일찍이 패배했다. 다만, 계양구와 부평구에서는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앞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인천시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야권연대와는 별개로 경선을 통해 조택상 동구청장 후보,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 고남석 연수구청장 후보로 단일화 했다.
아울러 나머지 7명의 군수·구청장 후보는 새정치연합 후보로, 시의원의 경우 정의당 의원이 현직으로 있는 2개 선거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29개 선거구에 새정치연합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경기에 미친 영향은 거의 전무했다. 중도 사퇴와는 무관하게 당초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초접전을 벌이며 가장 마지막까지 승부를 장담하지 못한 터였다.
이날 개표 결과, 남 후보(50.4%)는 단 0.8%p의 차이로 김 후보(49.6%)를 겨우 따돌리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여론조사 결과, 남 후보가 36.5%로 김 후보(33.1%)를 근소한 차로 앞섰으며 백 후보는 2.3%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대로 전날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남 후보를 1.9%p로 앞서기도 했다. 야권 단일화를 전후로 실제 득표율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정치 공학적 연대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뿐더러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최 교수는 “국민은 더 이상 승리만을 위한 정파적 결합과 연대에 속지 않는다”면서 초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해서도 “단일화 했을 경우 더 안 좋은 결과를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통진당처럼 정당의 존립 자체가 쟁점화 됐던 정당과의 연대는 상당히 위험하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부산과 울산 등의 이번 선거 결과는 바로 그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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