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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에서 깬 일본·묵직한 침묵 한국


입력 2014.06.19 09:47 수정 2014.06.19 09:4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평가전 연승에 취했던 일본축구..피지컬 한계 또 절감

가나전 대패 등 거센 비난에도 묵묵히 뛴 한국축구에 끄덕끄덕

일본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 게티이미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일본축구는 평가전 연승행진에 취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축구는 달랐다. 가나와의 평가전 참패 직후 한국대표팀은 ‘묵직한 침묵’을 유지했다. “변명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18일 약속을 지켰다.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에 근접했다.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최종엔트리에 오르지 못했다. 보통의 선수 같으면 슬럼프가 엄습할만하다. 그러나 이근호는 달랐다. 이를 악물고 ‘절치부심’한 끝에 기어코 브라질월드컵 무대에 섰다. 그리고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케르자코프의 모호한 동점골만 아니었다면 이근호의 선제골은 결승골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의 승리는 '체력의 승리'이기도 하다. 한국대표팀 체력 담당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지난달 “선수들의 근지구력은 60% 수준이다”며 “모든 초점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지난 평가전 태극전사의 무거웠던 움직임이 이해되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체력을 평가전에 다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일본 선수들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디디에 드록바 1명에게 완전히 농락당했다.

SBS 배성재 캐스터 표현처럼 드록바는 일본전에서 ‘프로야구 외야수’처럼 움직였다. 모든 공중 볼을 편안하게 캐치했다. 일본 수비진 요시다 마야, 모리시게, 우치다 누구도 드록바와의 공중볼 다툼에서 밀렸다. 급기야 나가토모 유토는 고목나무 매미처럼 드록바 품에 안겼다. 드록바는 그런 나가토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드록바의 바위 같은 피지컬을 경험한 일본 축구계는 “피지컬을 강화하지 않으면 일본 축구의 미래는 없다” “‘극동의 유럽’ 한국 축구라도 배우자” “당장 한국과 정기 평가전을 추진하자”고 자조 섞인 반성의 목소리를 토해낸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그 순간이 지나가면 쉽게 잊힌다. 오히려 아시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탈아시아 일본, 월드컵 우승도 가능하다”고 부르짖는다. 코트디부아르전 일본의 1-2 역전패는 자연스러운 그림이고 일본축구 현주소다. 항간에 떠도는 “일본축구를 배우자” 발언이 와닿지 않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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