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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데칼코마니’ 벼랑 끝 한국, 투혼도 닮아라


입력 2014.06.26 15:22 수정 2014.06.26 15: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유연 기자

16년 전 프랑스월드컵 16강 탈락에도 '최고의 경기' 회자

당시보다 가능성 남은 한국대표팀에 투혼 기대

[한국 벨기에]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은 1-1 무승부로 끝났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경기’로 회자된다. ⓒ 게티이미지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 1998 프랑스월드컵 상황과 판박이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57위)이 27일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벨기에(FIFA랭킹 11위)를 상대로 16년 만에 브라질 아레나 디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리턴 매치를 갖는다. 당시 에이스로 맞붙었던 한국 홍명보(45)와 벨기에 마르크 빌모츠(45)는 조국의 사령탑이 되어 재회한다.

공교롭게도 16년 전인 1998 프랑스월드컵 때와 비슷하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는 점과 마지막 상대가 벨기에라는 점.

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은 1-1 무승부로 끝났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경기’로 회자된다. 당시 한국은 멕시코에 1-3, 네덜란드에 0-5 대패했다. 월드컵 도중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악재 속에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 나섰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지만 선수들 사이에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당시 주전 수비수였던 홍명보 감독이 그 중심축을 이루어 월드컵 본선 첫 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 시작 7분 만에 닐리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벨기에의 미드필드 핵심인 빌모츠는 경기를 조율하며 숨통을 조여 왔다.

이 순간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빛났다. 현재 대표팀 코치인 김태영(44)은 후반 27분 볼을 경합하다 쓰러졌다. 김태영의 오른 무릎엔 이미 붕대가 감겨 있었고 다리에 쥐가 나 고통을 호소했지만 더 이상 교체카드는 없었다.

한국 수비수 이임생(43)은 이마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의무진을 향해 “빨리 해달라”라며 울부짖었다. 이렇게 붕대를 감고 투혼의 경기를 불사르던 모습은 전 국민을 울렸다.

후반 26분 유상철의 동점골로 승부가 원점이 되자 벨기에의 맹추격이 이어졌다. 이에 맞서 이임생, 김태영 등 수비수들은 육탄 수비로 상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비록 1-1로 비겨 한국은 최종 1무2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태극전사들의 강한 정신력과 투혼은 국민들에게 잊지 못 할 감동을 선사했다. 반면 승점3이 필요했던 벨기에는 약체로 꼽았던 한국과 무승부를 거두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금 무엇보다도 한국 대표팀은 16년 전 선배들이 보여줬던 정신력, 국민을 감동시킬 투혼이 절실하다. H조 4위인 한국(승점1, 득실-2)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자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16강 진출 여부를 떠나 알제리전 경기력 부진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한국은 투혼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여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들끓었던 여론의 비판도 박수갈채로 바꿀 수 있는 벨기에와의 최종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6년 전과 달리 벨기에는 16강을 확정지어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우리에게도 16강의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는 만큼 1998년 붕대의 투혼을 지닌 한국 축구가 기적 같은 승전보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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