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안컵' 홍명보호, 항해 중단할 때 아니다
숱한 잡음 속 초라한 성적표 들고 온 홍명보호
2015 아시안컵 위해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 필요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이 무산된 지난 27일(한국시각) 벨기에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홍 감독은 “그걸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 내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해 6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정식으로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감독 입장에서나 축구협회의 입장에서 듣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무례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질문이다.
당초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고 계약기간을 결정할 당시 다른 많은 국가들의 경우처럼 브라질월드컵이 아닌 내년 아시안컵을 계약 만료시점으로 잡게 된 배경을 깡그리 무시한 질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홍명보호 종착지는 브라질월드컵이 아닌 내년 아시안컵이라는 사실이다. 홍명보호의 항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가 끝난 현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에게 향후 계획을 물어보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미묘한 상황이라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이 정식으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선수 선발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모나코 영주권 획득으로 인한 병역논란과 소속팀 아스날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시피 한 박주영을 대표팀에 선발하는 데 대해 특혜 논란 내지 원칙 파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 외에 SNS 파문을 일으킨 기성용의 대표팀 발탁과 최종 엔트리 결정 결과 상대적으로 K리그 선수들이 소외되고,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대표팀에 합류한 현상에 대한 논란 등이 빚어졌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에서 부진했던 박주영을 알제리전에도 계속 선발 기용하고,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낸 윤석영을 3경기 모두 출전시킨 반면 박주호에게는 단 1분의 시간도 부여하지 않은 점 등 홍 감독 개인의 신뢰를 강하게 반영한 선수단 운영에 대해 논란도 빚어졌다.
그때마다 홍 감독은 언론의 이런저런 문제제기에 단호한 태도로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그런 과정에서 언론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낼 때도 있었다.
사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직전 만난 전문가들 가운데 한국의 16강 진출을 고사하고 1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기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근거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였다.
FIFA랭킹이라는 것이 현재 각국 대표팀의 객관적인 전력을 완전하게 반영한 그야말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이라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57위)과 한 조에 속한 벨기에(11위), 러시아(19위), 알제리(22위)는 한국보다 적게는 35계단, 많게는 46계단 위에 랭크되어 있는 팀들이다. 이 정도의 격차라면 분명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상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였다.
또 하나는 ‘2010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서 빠져나간 상태에서 ‘홍명보의 아이들’이란 ‘젊은피’가 수혈됐지만 이들이 기량 면에서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만한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한 마디로 누굴 뽑아도 전력상 어정쩡한 수준을 넘지 못하는 팀이었다.
결국 같은 조에 속한 팀들에 비해 뚜렷한 열세를 지닌 한국과 같은 팀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팀 전체 조직력 면에서 모두 최상의 면모를 갖췄어야 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팀의 주축이 될 만한 기량을 지닌 일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수비 라인이 안고 있는 뚜렷한 약점을 크게 보완하지도 못한 상태였으며,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지니고 있는 ‘월드컵 8년 주기 징크스’ 즉, 두 차례의 월드컵이 열리는 8년을 주기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징크스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과거와 비슷한 이유들이 겹치면서 재현됐다.
이런 현상을 홍명보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오히려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과 최강희 감독의 선임, 그리고 최종예선 직후 ‘예정’대로 최 감독이 사퇴하고 홍명보 감독이 고사 끝에 대표팀을 맡게 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보여준 여러 볼썽사납고 비정상적인 행보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른 신상필벌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결코 상식에 반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축구철학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치러낸 결과 당초 목표로 했던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홍명보 감독의 향후 거취 문제는 홍 감독과 축구협회 간 계약내용 대로 월드컵과 아시안컵의 성과를 종합해 논의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으로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 현 대표팀에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이라고 보인다. 적어도 아시안컵 대회 기간까지 대표팀은 ‘홍명보호’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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