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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령대군이 하루종일 북을 두드린 이유는...


입력 2014.07.09 10:46 수정 2014.07.09 10:50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대통령 지지도 묻는 것은 국민들 스트레스 지수 측정하는 셈

관악산 연주암에 있는 효령대군 초상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며느리의 스트레스는 심하다. 시어머니로부터 시집식구들로부터 등등이다. 오죽하면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도 안먹는다고 할까. 고금이래로 스트레스의 본보기는 며느리의 그 것일테다. 이 때문일까.

옛날에는 이 빠진 시기그릇이나 요강을 모아두었다.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모아둔 사기용기들은 요긴하게 쓰였다.

시어머니에게 스트레스 받을 때, 시누이에게 화날 때, 남편에게 구박받을 때, 대들지는 못하고 모아둔 사기그릇을 내던졌다. 분풀이를 했던 셈이다. 응어리를 풀어내는 독특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또 있다. 물을 깃는 물바가지를 이용하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바가지를 엎어놓고 냅다 밟는 것이다. 아니면 물가지를 들고 벅벅 긁어대면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터득한 며느리들만의 현명함이었다. 그리고 멀쩡하게 하루를 버텨낸 것이었다.

‘연려실기술’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효령대군은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이다.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첫째인 양녕대군이 방랑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둘째인 효령의 순서인 것이다. 그 가능성을 믿으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어느날 양녕이 방랑에서 돌아와 효령을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일갈하며 발로 효령을 걷어찼다.

“어리석도다. 아버지의 뜻이 충녕에 있음을 어찌 깨닫지 못하느냐”

비로소 실상을 깨달은 효령은 실망했다. 절간을 달려간 그는 북을 두들겼다. 온 종일 북을 두들겨 댄 것이다. 얼마나 심하게 쳤던지, 가죽이 부풀어 늘어졌다고 전해진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북을 쳐서 풀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효령대군의 북’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비유되는 이유다.

자고 나면 새로운 뉴스다. 요즘이 그렇다.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치고 박는 싸움만이 아니다. 해결기미가 없는 사건들의 지리함 때문이다.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실종자도 채 수습하지 못하고 물속에 있다. 유가족들은 아직도 눈물을 삼키며 슬픔을 가누지 못한다. 국정조사특위는 제 잘난 맛에 오만함의 극치를 보인다.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의 심정이나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유병언이라는 장본인은 두 달이 지나도록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그의 요사스러운 행적들만이 충격을 주고 있다. 잡겠다는 말만 있을 뿐이다.

총리는 두 번씩이나 낙마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권은 그들의 헤게모니만이 가득하다. 민생도 없고 정책도 실종이다. 시의원은 청부살인을 하고, 공기업 사장은 자살을 했다.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국민들은 혼란하다.

이러니 온 국민은 스트레스다. 뭐 하나 시원하게 뚫리는 게 없다. 자고 나면 문제만 더 쌓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최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말했다. 국민들이 ‘스트레스 장애’가 걱정된다고 말이다. 당연하다. 걱정되는 게 아니라 벌써 병이 생겼다. 해결되는 게 없으니 오죽하겠나 싶다.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지지도 조사가 나오고 있다. 별관심 없는 보도다. 오히려 더 피곤하다. 차라리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하는 게 맞다. 도대체 국민들의 정서는 살펴보는지 모르겠다. 그 무능함이 얼마나 국민들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광화문 광장에 ‘효령대군의 북’이라도 걸든지, 아니면 이 빠진 사기그릇이라도 수북이 갖다 놓는 게 어떨까 . 그게 더 국민들을 위하는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지금, 국민들은 하나라도 깔끔한 소식을 원한다. 하나라도 해결된 뉴스 보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것도 간절히 말이다.

온 국민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체념만 생기고 있다는 말이다. 극에 달한 스트레스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생기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나.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다. 엄중하게 알아야 할 대목이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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