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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말만 나오면 가자미 눈 되는 정치권


입력 2014.07.11 11:22 수정 2014.07.11 11:30        김수정/하윤아 기자

여당측 "여야 합의해야" 야당측 "정부가 나서야" 등 떠밀기

정부가 담배값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혐연가와 애연가들 사이에서 극명한 입장의 차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담뱃값 인상 등 강력한 금연정책 시행을 예고한 것과 관련, 여론의 시선이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뉘면서 해당 이슈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뱃값 세금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촉발된 담뱃값 논란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수가 적시되진 않았지만 적게는 500원에서 최대 2000원 인상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혐연자 대다수는 이번 기회에 ‘간접흡연의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해당 정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흡연자들 상당수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세수 정책’이라고 반발하며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담뱃값 인상안을 늘리자는 정부나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 모두 여론의 동태만 살필 뿐 어느 쪽 모두 뚜렷한 정책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여론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혐연자인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모씨(29)는 “담뱃값이 대폭 인상되면 그나마 흡연율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흡연율 감소가 이뤄지면 당연히 간접흡연의 폐해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가 이번 기회에 단순히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금연문화를 확산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그러나 담뱃값 인상을 포함해 금연정책 논의는 우리사회에서 수십 년째 되풀이 됐지만 반짝 논란이 될 때 뿐”이라며 “지금도 정부나 국회 모두 여론 눈치만 급급해 어느 하나 총대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민생정치 아니냐”고 꼬집었다.

애연가인 직장인 이모씨(36)도 “예전부터 금연정책으로 담뱃값 인상 논의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며 “늘 정치권에서는 말만 무성하지 좀처럼 일관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담뱃값을 올릴 때마다 세수확보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씨는 “무조건 담뱃값 올리겠다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일본처럼 공공장소에 지정 흡연구역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기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부터 제대로 시행하는 일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론의 찬반 대립은 극명하지만 양측 모두 여론 동향 파악에만 급급한 정부와 국회에 쓴 소리를 내뱉고 있다. 정작 정부와 국회는 담뱃갑, 금연정책과 관련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도 못하는 등 결단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적인 추세와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한국의 금연정책 수행 능력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낙제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금연정책 통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7개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담배 가격 정책은 평가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로 조사됐다. 흡연 경고 정책, 담배 광고 규제 분야도 하위권에 머물러 관련 정책 실행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필요성 공감하지만 눈치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국민건강증진’, ‘금연’ 등의 이유를 들며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요금이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은 “금연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처 간 협의는 진행되고 있는데 범정부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야당 측도 계속 반대하고 있어 시기와 금액 부분에서 여야 간에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10일 밝혔다.

실제 국회에서는 현재 총 9건의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해당 사항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한 보좌관도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일단 정부에서 기본적인 입장을 내야 한다”며 “그게 안 되고 있어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방향을 잡으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담배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논란이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 그것만 붙잡고 있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이를 먼저 논의하자는 게 조금...”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울러 그는 “논의 맥락이 많기 때문에 다른 법안을 논의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정부 방침이 나오면 법안을 제출했으니 논의가 될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시간은 10월 정기국회”라고 덧붙였다.

여야 모두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여론의 눈치만 보고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은 “담뱃값 인상은 일시적으로 찬반이 갈리는 문제”라며 “찬성과 반대가 갈리기 때문에 정치권도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민건강을 생각하고 보험공단의 보험료도 절약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증세 개념으로 봤을 때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정부에서 건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흡연자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돈 빼먹기 아닌가”라며 “정치권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식”이라고 말했다. 해묵은 금연정책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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