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독일’보다 위대한 선수 없었다
특급 스타의 원맨팀보다 하나된 팀으로 우승
뢰브 감독 끝까지 믿고 신뢰한 축구협회도 공신
2014 FIFA 월드컵의 주인은 하나로 뭉친 독일이었다.
독일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마라카냥 경기장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로써 독일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우승 감격을 누리며 세계 최정상 자리에 복귀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가 침묵하며 유니폼에 별 3개째를 다는데 실패, 침통한 분위기 속에 쓸쓸히 퇴장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실감난 대회였다. 독일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웨인 루니(잉글랜드)와 같이 소위 월드클래스 슈퍼스타가 없었지만 선수단 모두가 하나가 된 강력한 조직력으로 승승장구했다.
독일이 특출 난 선수가 없었음에도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나 전 포지션에 걸쳐 약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터운 선수층은 ‘팀 독일’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갈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무엇보다 독일에는 숨은 MVP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었다. 먼저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선방쇼를 펼친데 이어 엄청난 활동 반경으로 골키퍼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했다. 즉 골키퍼도 충분히 수비수 1명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노이어다.
팀 내 득점 1위에 오른 토마스 뮐러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뮐러는 이번 대회에서 5골-3도움을 기록, 독일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1골이 모자라 2회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데 실패했지만 아직 25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보유한 월드컵 최다골(16골) 기록을 깰 후보 0순위로 평가받고 있다.
교체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특히 후반 조커로 활용된 안드레 쉬얼레의 활약상은 요하임 뢰브 감독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쉬얼레는 이번 대회에서 가나와의 조별리그는 제외한 6경기에 모두 교체로만 출전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성적은 3골-1도움이며, 모든 공격 포인트가 독일 승리에 결정적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쉬얼레는 알제리와의 16강전에 교체로 나와 연장 결승 선제골을 터뜨렸고, 브라질과의 4강에서는 2골, 그리고 이번 결승에서는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선수들이 지쳐가는 후반,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한 그의 공격 패턴은 충분히 위협적임을 입증한 대목이었다.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 역시 독일 우승의 원천이었다. 독일 축구 스타일과 가장 닮았다고 평가받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투혼이 대표적이다.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번 결승에서 연장 후반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팔에 맞아 안면에 출혈이 발생하는 부상을 입었다.
이에 놀란 뢰브 감독은 급히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들려 했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자신이 계속 뛸 수 있다고 어필했고, 긴급 치료만 받은 뒤 곧바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동료의 투지에 자극받은 독일 선수들은 이내 사기가 분기탱천했고, 몇 분 뒤 괴체의 결승이 터졌다.
독일의 조직력은 자국 내 최고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뮌헨 소속의 선수만 7명인 독일은 이들 모두가 주전으로 활약,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사이였다. 이는 뿔뿔이 흩어져있는 경쟁팀에 비해 엄청난 이득이 아닐 수 없었다.
끝으로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오른 뢰브 감독의 지도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뢰브 감독은 조직력을 중시하면서도 베테랑부터 어린 선수까지 두루 기용하는 탄력적 선수 운용으로 정상에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공격수를 두지 않는 펄스 나인 전략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도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지난 8년간 뢰브 감독을 신뢰하고 믿고 기다려준 독일 축구협회도 숨은 공로자 가운데 하나다. 독일 축구협회는 2006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수석코치였던 뢰브를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후 뢰브 체제의 독일은 유로 2008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 2012 4강 탈락 등 정상 문턱에서 계속 주저앉았지만 3전 4기 끝에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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