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결국 이길 팀이 이겼다’
‘최강’ 독일, 통산 4번째 위업 달성하며 피날레
이변 없는 토너먼트..제3세계 국가 한계 뚜렷
이변은 있었으나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축구 강호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무대로 요약된다. 축구 상류층간의 권력 이동과 경쟁은 치열했지만, 중산층과 소시민들이 주류의 벽을 뚫고 들어가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했다.
이변은 주로 조별리그에 한정됐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몰락,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잉글랜드-포르투갈 등의 잇단 조기탈락 등은 분명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스페인을 이긴 것이 네덜란드였고, 포르투갈은 독일, 이탈리아-잉글랜드가 우루과이에 무릎을 꿇었으니 전혀 예상 밖의 결과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올해도 돌풍의 팀들은 존재했지만 토너먼트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칠레, 알제리, 미국은 16강에서 무너졌고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가 8강에서 각각 전통 강호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16강 이후 토너먼트 승부는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경기가 전혀 없었다. 물론 내용상으로는 팽팽한 경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이길만한 팀들이 승리를 가져갔다. 준결승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침몰시킨 것은 스코어 차이가 안겨준 충격이었을 뿐,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이미 독일의 우위가 예상됐다.
독일은 14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랐으나 1990년 대회 이후로 무려 24년만의 우승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메이저대회 5연속 4강 이상의 위업을 달성했다.
독일은 안주하지 않고 자국리그와 유망주를 꾸준히 육성했고 독일축구계의 기술적-전술적 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1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이제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세계축구의 주류를 양분해왔던 유럽과 남미의 주도권 대결에서 유럽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게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결과다.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 역시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유럽의 강세가 꾸준히 이어져왔던 것을 감안하면 특별한 이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축구변방국들에게는 유난히 잔혹한 월드컵이었다.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 아시아 4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모조리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나마 북중미와 아프리카가 제3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코스타리카, 멕시코는 강팀들을 괴롭힐 수 있는 저력을 증명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알제리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오르며 자존심을 세웠다.
세계축구의 수준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전통의 강호들도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스페인이 유행시킨 티키타카가 퇴조하고, 빠른 역습과 두터운 수비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의 축구가 득세한 모습은 세계축구의 유행이 또 한 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축구도 이런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영원한 축구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긴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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