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크게 열자는 북, 통크게 답하는 남 '정상회담' 수순?
친서없고 청와대 초청 거부에도 정부 반응 호의적
전문가들 "현 시점에서 단기 해빙 전망은 시기상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비서 등 북한 최고위층 3인방이 지난 4일 전격 남한을 방문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는 대통로를 열어가자”라며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의 여운을 남겼다.
이들은 이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시작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과의 오찬회동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 여야 대표들과 연속 만남을 가졌다.
박 대통령도 북한이 파격 행보를 통해 대화의지를 밝힌 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에 남과 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북한도 이번 방한 시에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북한의 파격 행보를 기회 삼아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모으자는 의견을 북측에 보내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번 행보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10월말이나 11월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고위급회담을 진행하자고 밝혀 이후 조치여부에 따라 정상회담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현재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핵 포기 등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전격적인 정상회담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북한의 핵 포기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한다”며 북한이 결단을 내리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번달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66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북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위험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북한에 핵 포기 및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 남북이 직접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즉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대외적이고 외교적인 발언일 뿐 꼭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우리 정부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김규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대표 명의로 북한 측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를 먼저 제안했다. 이번 북한 고위층 방문은 이 제안에 대한 답변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문제라는 것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좀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며 “다음 회담에서 누가 대표가 되는지 중요하고 그 이후에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통화에서 “물론 정상회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고 환경 여건이 무르익어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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