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영웅 이야기, 무거울 필요 있나?” 재미 추구한 뮤지컬 ‘조로’


입력 2014.10.05 09:01 수정 2014.10.08 11:31        이한철 기자

‘리부트 조로’ 완전히 달라진 재연

캐릭터 성격-달라진 음악 눈길

뮤지컬 ‘조로’ 중 한 장면. ⓒ 엠뮤지컬아트

영웅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조로’가 그린 영웅은 판타지 속 인물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금, 현실의 핍박과 절망으로 견딜 수 없을 만큼 힘이 들 때 살아갈 힘을 내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이다.

캘리포니아를 장악한 라몬 대령은 경제 성장을 위해 대륙 횡단 열차철도를 건설하는 거대한 사업을 추진해 시민들에게 막중한 세금을 거둬들인다.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강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지경에 이르지만, 라몬은 권력을 이용해 시민들을 억압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작품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도 묘하게 오버랩 된다. 하지만 ‘조로’는 힘을 빼고 가볍고 유쾌하게 그리는데 초점을 맞춰 관객들이 부담 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왕용범 연출도 “영웅 이야기를 무겁게 풀고 싶지 않았다. 장르가 뮤지컬인 만큼 재미있으면서 즐길 수 있지만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의 연출 방향을 밝힌 바 있다.

2011년 초연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조로’는 제작사와 연출 등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바뀌면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리부트 조로(REBOOT ZORRO)’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을 만큼 2014년 버전 ‘조로’는 2011년 초연과 전혀 다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로의 탄생 과정 역시 앞서 접한 ‘조로’들은 물론, 영화나 만화를 통해 접해온 영웅담과 차별화된다. 특히 관심을 두드러진 특징은 캐릭터의 성격이다. 조로에겐 카리스마 대신 귀여운 이미지를 입혔고, 이 같은 특징은 중간 중간 웃음 코드를 통해 두드러진다.

작품은 우리 주위에 있는 친구, 선후배, 동료, 가족 등 누구나 조로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평범했던 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위해 조로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며 그 꿈을 이루는 장면은 희망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가 극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주연, 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 조명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각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여 개성도 뚜렷하다. 특히 여자 앙상블의 아카펠라로 시작하는 ‘인 원 데이(In one day)’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공연이 끝난 후에도 흥얼거리게 한다.

우선 집시킹즈의 음악에 추가된 새로운 넘버들과 풍성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귀를 즐겁게 한다. 라틴리듬에 맞춰 군무를 추는 플라멩고의 춤, 남자앙상블 배우들과 조로의 검술 액션장면, 2막의 하이라이트인 '라몬'과의 열차 결투장면은 실제크기의 열차와 실제 철도 위를 달리는 듯한 영상 장면으로 생동감이 넘치며 배우들 간의 대사에서 터지는 유머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다만 전작에 비해 라틴 음악과 플라멩고 춤이 주는 매력은 덜해졌고 액션의 스케일과 역동성 면에서도 다소 힘이 빠진 느낌을 준다. 스토리상 마스크 뒤에 가려진 조로의 신비감이 도드라질 수 없었던 점도 약점이다. 기존 조로에 열광했던 관객들에겐 다소 아쉬움이 될 수 있다.

한편, 김우형 휘성 Key양요섭, 서지영 소냐 안시하 김여진 등이 출연하는 ‘조로’는 오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한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