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봉 중독된 한국사람들은 정신병 증세?
<김헌식의 문화 꼬기>자아존중감을 낮게 만드는 사회 개선해야
해외에서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한국인이라고 할만큼 한국에서 셀카봉은 단연화제이다. 국내 한 햄버거프랜차이즈점이 고객 이벤트로 판매한 4만여대의 셀카봉은 단 하룻만에 매진되었다. 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샀다는 의미가 되겠다. 셀카봉은 말 그대로 셀카를 찍는 막대이다. 자신의 사진을 혼자 찍을 수 있도록 돕는 막대기가 셀카봉이다. 해외에서는 셀피 스틱(selfie)이라고 한다.
‘꽃보다 할배’ 그리고 ‘아빠 어디가’,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셀카봉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본격적인 가을 나들이 철이 되면서 40, 50대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셀카는 젊은층만 선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상한 일도 아니다.
뉴욕대가 세계 5대도시(방콕, 뉴욕, 상파울루, 베를린, 모스크바 도쿄) 등을 조사한 결과 중년이 될수록 남자들은 셀카를 더 많이 찍는다고 하며 이미 영국에서는 1909년에 최초의 셀카 사진이 발견되었는데 그 주인공들은 중장년 남성들이었다.
일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셀카 사진 촬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세대와 성별, 나이를 넘어서 셀카에 대한 선호는 있는 법이다. 이른바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고흐의 자화상처럼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의 확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셀카봉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분명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대중적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셀카는 풍경사진을 잘 담아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른바 화각이 좁기 때문이다. 화각이 좁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만 겨우 담아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얼굴 이외에 다른 동료들의 모습도 담아내기 쉽지 않다.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빠져야 한다. 삼각대의 타이머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보통 이동간에는 소지가 불편했다. 팔이 좀 길다면 좋으련만 아무리 그래보았자 사람의 팔이 얼마나 길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쭈뼛거리면서 부탁하는 것은 숙기가 없으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멋진 풍경 속의 자신을 담아낼 수 없다. 더구나 혼자 자신만의 얼굴을 찍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셀카봉은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주기 때문에 자신만이 아니라 풍경을 같이 찍을 수가 있다. 혼자 여행을 했어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진이 연출된다. 또한 여러 사람이 같이 동시에 원하는 각도에 맞게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이 때문에 행사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이미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는 이 셀카봉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셀카 사진은 주의력을 앗아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최근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다가 기둥에 쿵하는 남자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한 위험은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도 많다. 아찔한 샐카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셀카는 양호한지 모른다. 최근 화산(華山)의 위험천만한 절벽길을 셀카로 촬영한 영상도 눈길을 끌었지만, 소름이 돋았다는 말이 더 타당해 보였다.
사실 권총 셀카를 찍다가 실제로 권총이 발사되는가하면 길에서 셀카에 열중하다가 트럭에 받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멋진 풍경을 찍으려다가 절벽이나 계단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멋진 풍광 속의 자신을 담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이런 아찔한 셀카를 찍는 이유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셀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미국의 웨스턴일리노이 대학의 연구팀은 SNS은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SNS에 셀카를 많이 올리는 일은 더욱 이러한 성향이 강함을 말하는 것이겠다. 셀카를 많이 찍는 것은 신체변형장애(BDD·body dysmorphic disorder)라는 정신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한 만족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SNS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특징은 자존감이 낮다는 점이라고 한다. SNS는 자신이 원하는 즉 자신이 통제감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만을 담고 내보낼 수 있다. 셀카라는 것도 결국에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콘텐츠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의 불만족이나 결핍을 변형을 통해 충족하는 것이겠다.
국내 한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의 SNS 중독률이 높다고 한다. SNS에는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셀카를 많이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이 잦은 것은 대인관계불안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SNS 셀카에 대한 열중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셀카봉이 많이 선호되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결핍감을 충족시키려는 행위로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셀카봉은 혼자 있다는 사실을 숨겨주기 때문에 선호될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셀카 행위는 이중적 심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셀카의 사회적 배경과 맥락을 함의한다. 만약 셀카봉을 이용해 신드롬처럼 셀카를 많은 사람들이 찍는다면 그것은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에 어딘가에 모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만의 셀카봉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셀카봉으로 공유의 문화적 실질적 수단으로 삼는다면 셀카봉이 정신병리의 촉진매개물로 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 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셀카병, ‘셀피티스’(selfitis)는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적이 있다. 버밍엄 경영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량의 사진이 친밀감을 방해한다고 했다. 특히 SNS는 과시의 공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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