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지원 파문' 북, 결국 남한 전위조직 구축 성공?
'RO' 출신 이광백 "자금지원 목적, 합법적 정치 진출"
간첩 이선실의 지하당 중부지역당도 제도권 민중당 진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이상규·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북한 자금으로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다고 발언한 가운데 결국 북한이 ‘남한 내 북한의 전위조직 구축’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혹은 RO 성원들은 현재 북한의 자금이 아직까지 ‘종북세력’에 수혈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1990년대부터 열을 올린 이른바 ‘혁명가’ 혹은 ‘종북세력’들의 정치권 진출을 결과적으로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내린다.
종북세력의 실체를 파헤친 ‘진보의 그늘’의 저자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23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북한의 자금이 들어왔던 이유는 지하조직 운영을 통해 체제를 폭력혁명으로 전복시키는 것이었다”면서 “북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조직원 출신이 선거를 통해 제도권에서 체제전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RO의 성원이었던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이 직접적으로 지원한 남한 내 지하당 세력은 모두 와해되거나 해체됐다. 당시 북한의 지하당 사업은 남한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혁명조직과 북한 공작원이 접선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지하당은 ‘할머니 간첩’ 이선실이 지도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과 북한 대외연락부 과장 윤택림이 김영환 연구위원과 접선해 만든 민혁당이다. 이들 지하당의 목적은 남한에 진보적 합법정당 건설을 통한 정치권에 혁명가들을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실제 이선실이 지도하는 한 북한 공작원은 1990년 10월 김낙중 씨를 만나 ‘곧 창당되는 민중당에 입당, 조선노동당의 지도를 받는 전위정당으로 육성하라’, ‘당 운영자금을 지원할테니 14대 총선에서 필히 핵심인물을 포섭, 원내에 진출시켜라’는 지령을 내린다.
이에 김낙중 씨는 민중당 침투에 성공, 북한 자금 7900만원을 민중당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바 있다.
김영환 연구위원이 밝혔듯, 민혁당도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 자금을 지원해 지하세력을 제도권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진행했다.
김영환 위원은 북한 연락책이 강화도 드보크(간첩장비 비밀 매설지)에서 꺼내온 북한 자금을 당시 같은 민혁당 중앙위원인 하영옥 씨를 통해 이상규·김미희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하영옥 씨와 이상규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선후배 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하 씨가 김 위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미희 의원는 당시 민혁당 하부 RO조직 성원으로 알려져 있어 중앙위원이었던 하영옥 씨가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은 적다. 다만 하 씨와 김 의원 중간의 당원 혹은 이석기 의원이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작 이상규·김미희 의원은 지원받은 자금의 출처가 북한이라는 것은 알 수 없었다는 것이 과거 민혁당, RO 성원 출신들의 전언이다.
민혁당, RO 성원 출신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민혁당이 북한과 직접적인 연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인사는 단 5명뿐이다. 당시 당 중앙위원장이었던 김영환 위원, 하영옥 중앙위원, 박모 중앙위원과 김 위원의 북한 연락책, 남한에 파견된 고정간첩과 직접 접촉했던 인사 등 이다.
특히 지하당의 특성상 구성원 간 단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당원이나 하부 조직원들의 경우 자금을 전달하는 주체도 파악하기 힘들다. 당의 지도성원이 누군지도 알기 힘들다. 또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 묻지 않는 관행도 있었다.
한기홍 대표는 “당 하부조직의 인사들은 민혁당이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과 똑같은 의식을 가지고 남조선 혁명을 추구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과거 RO성원이었던 인사도 “자금을 받은 당사자들은 자금의 출처는 모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주체사상을 핵심으로 남한의 민족해방과 민족민주주의혁명을 위한 행동을 교육받는 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자금 투입의 목적은 남한 체제 전복을 위해 지하조직원 출신을 진출시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이광백 대표는 “김영환 위원의 발언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민혁당 사건 당시 진술이 이뤄진 부분이었는데 현재 이상규·김미희 의원이 유명인이 됐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면서 “90년대 초중반 북한 공작원들의 관심은 합법정당을 통해 혁명가들을 정치적으로 진출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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