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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단체들 "삐라 공개 살포는 가짜 단체들만의 행위"


입력 2014.10.28 11:13 수정 2014.10.28 13:46        하윤아 기자

"후원금 얻으려 의도적으로 남남 대치상황 언론에 노출"

[기사추가: 2014.10.28 13:40]

25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입구에서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회원 등이 준비한 대북삐라가 임진각 인근 거리에 버려져 있는 가운데 강아지 한마리가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풍선을 공개적으로 날리는 단체는 ‘가짜’ 단체다”

최근 일부 보수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두고 지역주민과 진보성향 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며 이른바 ‘남남갈등’이 촉발된 가운데, 북한인권운동의 일선에 있는 단체장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대북전단은 비공개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풍선의 ‘원조’격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 단장은 2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풍선을 날리는 단체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며 그 차이점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이 단장이 가짜(?)단체라고 밝힌 근거는 △날짜 공개 △공공장소에서 진행 △마이크나 선동적인 구호판 등장 △비공개 단체에 비해 10분의 1가량 적은 풍선 개수 △후원금에 대한 불투명성 등이다.

그는 “풍향은 슈퍼컴퓨터로 2~3일 전에 계산해야만 알 수 있는데 이들 단체는 열흘이나 일주일 전부터 전단을 공공장소에서 날린다고 공개하고 있다”며 “풍선 날리는 행사 시기를 풍향보다 먼저 언급하는 것은 가짜 단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마이크를 가져가 선동하고 반대자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것처럼 해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우리 단체는 풍선에 후원자의 이름을 적고 전단을 보낸 후에 영상을 찍어 후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반면, 이들 단체들은 풍선에 선정적인 구호나 단체의 이름을 적어 후원금에 대한 투명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북전단 공개 살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단체에 대해 “비공개로 진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행위에 대해 떠들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의도적으로 대치 상황을 연출해 언론에 노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단장은 이들 단체가 이처럼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홍보하면 많은 후원자들이 몰려 보다 많은 후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전단을 공개적으로 살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점은 언론에서 제대로 뉴스를 전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신삼 열린북한방송 대표 역시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풍선을 띄우는 것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할 경우에는 지역 주민이나 진보시민사회단체의 거부로 실제 행위가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적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전달하자는 본래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재차 “공개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대북전단 공개 살포로 남남갈등이 빚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행위가 우리 사회에 북한 문제를 다시 환기시킨다면 일정 부분 수긍이 되겠지만 지금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보다 오히려 대북전단을 비공개로 배포하는 사람들까지 비난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북한인권운동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는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대북전단 공개 살포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대표는 대북전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열린북한방송에서 일하고 있는 한 탈북자도 북한에 있을 당시 군부대에서 ‘삐라’를 보고 북한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증언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는 데는 군부대가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일반 북한 주민 10사람이 삐라를 보고 생각하는 것과 북한 군인 1명이 생각하는 것을 비교하면 군인 1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 탈북단체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라며 공개 살포 행위를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풍선이라는 것은 바람을 타는 것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바람이 바뀐다. 그런데 날짜를 정해놓고 그날 보낸다고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 날짜에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면 전단 살포를 해야하는 것인가”라며 대북전단 공개 살포는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대국민 사기 행위’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재 탈북자 사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장은 “지금 조용히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다른 탈북 단체까지도 다 욕을 먹고 있지 않느냐”며 “탈북자들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탈북자들은 분란만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 정권을 타도하는 측면에서 볼 때 나쁜 행동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행함으로써 좌파나 종북 단체에 북한인권운동 단체를 공격하고 비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일부 탈북 단체장들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삐라살포가 문제? 종북 세력들이 주민 선동하는 것"

그러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삐라 살포로 빚어진 충돌 사태에 대해 “종북 세력들이 지역 주민을 선전선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치 우리가 날리는 대북전단이 남북 경색국면이나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듯이 선동하고 있고, 일부 언론도 그 술책에 휘말려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 동포들의 알 권리”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이 많지만 누가 뭐라던 간에 2000만 북한 주민들이 수혜자라는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 증명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비공개로 해야한다’는 몇몇 단체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비공개로 하는 게 당연히 맞는 말”이라면서 “우리 단체도 10번 중에 9번을 비공개로 하고 있고 이것은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우리가 공개해 문제가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더 잘 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 대한 국민들의 격려와 후원도 호소할 수 있어 10번 중 1번 정도 극소수로 공개 살포를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지난 25일 오후 경기 김포에서 대북전단을 기습적으로 날린 것과 관련, “그날 오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 주최한 행사에 격려 차원으로 혼자 나갔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단지를 강탈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우리 단체 임원들을 불러 밤에 김포 쪽에서 날리게 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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