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그러게 왜 당권주자들에 비대위원 맡겼나
정세균·박지원·문재인 전대 출마로 당직 사퇴 시 지도부 공백 불가피
일각에선 이석현·우윤근 등 선출직 당직자가 비대위원 맡는 방안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전국대위원대회 개최를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10일 구성된 가운데, 현직 비상대책위원들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심판이 선수로’ 참여하는 데에 따른 우려와 함께,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원들의 전당대회 불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현직 비대위원으로는 정세균 위원과 박지원 위원, 문재인 위원이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문 위원은 최근 당내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정 위원은 1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결정한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 위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아직 굳힌 것보다는 현재 우리 당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비대위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당권 도전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가 전준위의 상급 의결기구인 점을 고려할 때, 현직 비대위원들의 전당대회 출마는 경선의 공정성과 후보들간 형평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
전준위는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기구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도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반노(반노무현)계와 일부 언론의 이분법적 분류에 따르면 비대위의 과반이 친노계 인사로 구성돼 있어, 실제 전준위의 공정성이 유지되더라도 비대위의 계파 편중을 이유로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상황은 당권주자들이 비대위원직을 내려놓는 경우다. 현재 비대위는 문희상 위원장과 정 위원, 박 위원, 문 위원, 인재근 위원, 당연직인 우윤근 원내대표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의 요구대로 당권주자 3명이 모두 비대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면 당장 비대위는 3명만으로 운영된다.
내년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2월 8일 개최된다고 가정하면, 출마를 희망하는 비대위원들은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아야 경선의 공정성을 위해 결단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문 위원장은 임기 2개월의 새 비대위원을 선임해야 하는데, 애초에 계파안배를 통해 비대위를 꾸렸던 점을 고려하면 다시 비대위를 꾸리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비대위원들이 다 사퇴하면 비대위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선출직 당직자인 우 원내대표나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명분이 있으니 전당대회 때까지 비대위원을 맡을 수 있기는 한데, 아직 당 내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당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 부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비대위원들과 각 계파 수장들의 전당대회에 불참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원로이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도 최근 문 위원을 만나 계파갈등 우려 등을 이유로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문 위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문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계기로 문재인 정치의 장(場)이 만들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대하세요”라고 답했다.
박 위원도 ‘대권·당권 분리론’을 내세워 문 위원을 견제하는 등 사실상 당권 행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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