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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알아가는 리프니츠카야, 지금이 중대 고비


입력 2014.11.20 14:42 수정 2014.11.20 14:4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재능 면에선 여전히 ‘포스트 김연아’ 유력

신체 변화 따른 슬럼프..극복or좌절 갈림길

리프니츠카야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피겨퀸’ 김연아(24)는 선수 시절 라이벌조차 허락하지 않은 절대강자였다.

김연아가 1인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피나는 노력과 눈물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실력 면에서 2인자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앞서나갔지만,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자신을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 같은 면모는 후배 피겨 선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러시아 피겨 천재로 국제무대에서 혜성처럼 급부상한 율리아 리프니츠캬아(16)의 사례는 김연아 같은 ‘피겨 여왕’은 결코 타고난 천재성만으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기량으로 주목받은 리프니츠카야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 스케이팅에 큰 흥미가 없다”며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지 않는다. 시간이 남으면 영화를 본다”고 말해 주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결국 리프니츠카야는 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메달권에 들지 못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오히려 조추점 행사에서 개인 훈련을 이유로 결장한 리프니츠카야 대신 대기표까지 뽑아줬던 ‘들러리’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금메달을 차지하며 신데렐라가 됐다.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든 리프니츠카야는 피겨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피겨에 흥미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천부적인 운동신경 탓인지 짧은 기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방 결과가 나타났다. 201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216.69점)에 이어 당당히 2위(207.50)를 차지한 것.

그러나 인생은 굴곡진 시련의 연속이라 했던가. 리프니츠카야는 최근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키가 3cm나 자라면서 체격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사춘기까지 맞물려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피겨를 대하는 정신 자세는 진중해졌지만, 이번엔 ‘육체’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8일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클린 연기로 1위(69.56점)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수차례 뒹굴며 104.01점에 그쳤다. 결국 합계 173.57점으로 우승을 놓쳤다.

실망스런 결과에 충격을 받은 리프니츠카야는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호텔에 남아 눈물을 흘렸다. 1위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8·러시아)와 3위 무라카미 카나코(20·일본)만이 쓸쓸히 시상식장을 지켰다.

다음날 리프니츠카야는 시상식 불참에 대해 사과했다. 의지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아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늦었지만 피겨가 어렵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중이다.

이 같은 시련 속에서도 리프니츠카야는 여전히 재능 면에서 현역 유망주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 1순위임에 틀림없다.

지금의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결국 리프니츠카야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말을 듣지 않은 육체와 타협해야 한다. 스피드가 느려지더라도 기술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피겨는 실수를 적게 하는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다.

리프니츠카야에게 본보기는 김연아다. 빵 한 조각을 놓고 끊임없이 내면과 다툰 ‘프로페셔널’을 배워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아무리 ‘세계 최고의 거장’이라도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상을 지키기 위해 숱한 땀방울을 쏟는다.

피겨를 알아가는 ‘여동생’ 리프니츠카야에겐 지금 이 순간이 피겨 인생의 갈림길이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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