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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증세는 마음대로, 종교인 과세는 허락받고?


입력 2014.11.25 17:10 수정 2014.11.25 17:17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민주적 절차 과정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 종교인 과세 관련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종교인들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문제를 놓고 국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원천징수의 근거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년 2개월째, 수정안을 제출한 지 9개월째이다. 정부는 국회에 공을 넘겼지만, 국회는 아직도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 24일 종교인 과세 방안을 놓고 종교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신교 각 교단에서 4명, 불교와 천주교에서 각 1명씩 참석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소득세법 개정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종교인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불교와 천주교는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개신교 일부 교단은 소득세를 교계에서 자율적으로 진정성 있게 납부하면 될 일이라면서 법제화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정부가 종교인들을 더 설득해 이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종교인 과세의 취지에는 동의한다지만, 법안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정부 여당에서 안을 도출하면, 종교계와 국민 여론을 감안해 해당 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종교인 과세 법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지난 2월에는 과세 기준을 대폭 완화한 수정안이 제출됐다. 현재까지 나온 과세 방안들만 해도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특혜에 가깝다. 과세표준과 관련해 원천징수는 자진신고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세제 해택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아직도 종교계의 눈치를 본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내 처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독 종교계에 대해서만 조심스럽다. 아니면 수익을 공시하는 기업과 ‘유리지갑’으로 표현되는 봉급생활자들만 만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 여당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고, 비과세·감면 대상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연봉 3450만 원 이상 봉급자들과 서민들은 간접적으로 세 부담이 늘었다. 정부는 지금도 사실상 증세인 개별소비세법 개정(담뱃세 인상)과 자동차세·주민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국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오직 종교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였다.

이 같은 행태는 야권도 다를 바 없다. 여야는 올해 초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p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3억 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는 전적으로 야권의 요구였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생략했다.

이쯤 되니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국민은 호구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종교인이 국민이나 국회보다 위에 있든지.

서민과 기업의 세금을 올릴 때에는 귀를 막고 밀어붙이다가, 종교인들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더욱이 납세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보편적 의무이다. 그간 의무를 이행하지 않던 집단에 보통 국민처럼 의무를 부여하는 게 그리 신중해야 할 일인가.

표가 적거나 결속력이 약한 집단은 무시 받고, 표가 많고 결속력이 강한 집단은 대우를 받는다. 대부분의 입법은 수혜 대상의 규모와 표 응집력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여권은 종교계와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고, 야권은 노조단체와 저소득층의 눈치를 본다. 국민은 그냥 표이다.

국회가 원래 이렇게 민주적이었다면 누구에게나 민주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언제나 댔던 핑계처럼 입법에 관해선 국회의 권위를 확실하게 세우든가.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야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쳐도, 입법에 있어서 기준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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