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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귀가 가장들 "당신이 미생을 알아" 왜?


입력 2014.12.02 11:47 수정 2014.12.02 11:52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주부도 본방사수하는 '미생' 직장인 콘텐츠의 진화

직장인 콘텐츠가 대세다. 샐러리맨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의 ‘렛잇비’, tvN '오늘부터 출근', tvN '코미디 빅리그'의 직장인 배경의 ‘썸&쌈’, ‘리액션 스쿨’ 등의 코너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크게 끌고 있다. 특히 '미생'의 원작만화 판매고가 150만권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9시간 26분 근무하는 약 2500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 이 샐러리맨들의 삶을 다루어 인기를 끄는 문화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일단 만화를 보자. 70년대 말 박수동의 '월급쟁이 만세', 80년대 김수정의 '날자 고도리', 90년대의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 '미스터 Q', '오늘은 마요일', 2000년대에 들어서면 '용하다 용해'의 강주배 작가가 등장해 이른바 '무대리'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즈음 일본만화 <시마과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도 있었다. 1987년에 시작한 드라마 'TV 손자병법'은 종합상사 진산그룹 자재과 샐러리맨들의 삶과 일상을 다룬 드라마였다.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1993년까지 계속 방영되었고, 종영된 이후에도 '신 손자병법'(1993)과 '싱싱 손자병법'(1998)과 같은 드라마로 제작 방송되었다. 이런 드라마는 주로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뤘다. 2012년 '샐러리맨 초한지'는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다루었는데 여치(정려원)의 "굶어죽더라도 월급쟁이는 되지 말자"라는 말에 이 같은 정서가 나타지지만, 대기업 신약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험과 성공스토리가 가미되어 변화된 드라마 코드의 흐름을 반영했다.

다음은 영화를 보자. 영화 '회사원'(2012)은 살인청부회사 영업2팀 과장의 변화된 행동을 통해 회사와 그 안의 샐러리맨들이 어떤 관계로 얽히게 되는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아무리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어느 순간 그 조직을 깨뜨리려는 자들에게 집단 저항을 하는 샐러리맨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마녀'(2014)는 ‘오피스 호러(office horror)’를 표방했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직장생활 속 이야기를 공포와 결합시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여성 직장들인들 사이의 심리가 호러무비의 특성과 잘 버무려져 있다. 이외에도 직장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일반 회사원,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는 부차적이었다. 재벌2세나 실장님, 본부장들과 여주인공의 로맨스와 성공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었다. 특히 이는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점이기도 했다.

tvn 인기 드라마 '미생'ⓒtvn

그렇다면, '미생'은 이런 드라마와 영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왜 사람들은 '미생'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일단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케이블 드라마 특성을 잘 살렸다. '미스김'(2013)은 계약직 사원을 다루었다면 '미생'은 잘 다뤄지지 않던 인턴사원의 고군분투를 다루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생'은 나아가 계약직 신입사원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현실적인 모습은 등장인물들의 명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오 과장은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 받는 거고, 직장은 결과만 대접받는 데고.”라고 말한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리고 선의와 진심이 있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가혹해보인다. 그렇지만 결과를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모두 버려야 하는 직장인들의 상황을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가 “자존심만으로, 오기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차이란 게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라고 말한 데서 생존을 위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어디 회사만일까. 오 과장(이성민)은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라고 하면서 어렵더라도 회사 안에서 생존해야하는 직장인들의 또 다른 현실을 말해주기도 했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지만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두 명이다.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이다. 장그래는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새 남들보다 뒤처지고만 많은 성실한 약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 오상식 과장은 많은 신입사원들이 이상적으로 바라는 중간관리자다. 부하들을 보듬어주면서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을 막아주면서도 자기 실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간부들조차도 오상식 과장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자신도 여전히 그러한 상관을 원하기 때문이며, 그를 통해 자신의 신입사원시절을 떠올리면서 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워킹맘, 성희롱, 여성차별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박과장(김희원분) 등의 남자 사원들은 여성 사원들의 신체를 소재로 성희롱을 한다. 심지어 마무장은 성희롱 문제를 제기 당하자. "그게 왜 성희롱이야.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 '숙일 때마다 그렇게 가릴 거면 뭐하러 그런 옷 입고 왔니. 그냥 다 보이게 둬'라고 말한 게 성희롱이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영이(강소라)는 "듣는 사람이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고 생각 한다."라고 소신을 밝힌다. 정작 안영이는 자원팀에서 여성 신입사원이기에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위킹맘의 모습은 선차장(신은정 분)을 통해 담아냈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차장이지만 육아 때문에 고통이 심하다. 그녀는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워킹맘은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라고 말한다.

또한 '미생'을 통해서 주부들은 아들과 딸, 남편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미생'은 직장인만이 아니라 대학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들도 즐겨본다. 이 드라마를 통해 직장생활을 엿보며 불안과 공포감을 경감하려 한다. 한국의 가족주의 문화에서 자녀의 불안과 고민은 어머니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니 '미생'은 볼만해진다. 오 과장을 통해서 남편의 직장생활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신입사원들의 고군분투기는 동년배만이 아니라 주부와 어머니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로맨스 러브 라인이나 성공스토리, 막장코드가 없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시청할만하다.

결론적으로 '미생'은 강력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2500만 직장인들만이 아니라 예비 직장인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시청층으로 끌어들여 최고의 킬러콘텐츠가 된 셈이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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