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왜 신랑은 파랑 신부는 빨강옷 입어요?" 물어오면...
신간 '오방색이 뭐예요?' 임어진 작가의 동화로 읽는 전통의 향기
떡국이나 국수에 얹는 오색 고명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통혼례에서 신랑은 파랑, 신부는 빨강으로 옷을 입고, 청사초롱에 불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전통 문화 뿐만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는 오방색이 묻어 있다.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으로 이루어진 오방색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전통 문화의 기본이 되는 음양오행 사상이 담겨 있다.
"빛깔 곱고 뜻깊은 우리 전통 색 이야기"를 다룬 '오방색이 뭐예요?'(임어진 글 신민재 그림)는 이러한 오방색과 전통 문화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특히 저자가 오방색을 "굳이 따로 배우고 익히지 않아도 우리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문화"라고 소개했듯, 오방색을 우리와 가까운 곳과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서 찾아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느껴지게 한다.
오방색의 정확한 이름은 '오방정색'으로, '오방빛'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섯 가지 오방색은 각각 방향을 가리키기도, 음양오행의 다섯 요소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양오행 사상을 익숙한 다섯 색, 즉 오방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특히 연구소에서 우리나라의 색과 문화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는 고모가 조카들에게 오방색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돼,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색깔에 뜻이 있다고?'라는 제목의 첫 장을 시작으로 '동쪽에는 나무의 색, 파랑', '남쪽에는 불의 색, 빨강', '중앙에는 땅의 색, 노랑', '서쪽에는 쇠의 색, 하양', '북쪽에는 물의 색, 검정' 순으로 오방색을 소개한 다음 마지막 장 '다섯 색깔이 서로서로'에서 오방색의 조화를 설명하며 마무리된다.
이 책은 첫 장 '색깔에 뜻이 있다고?'에서 사촌이 돌잔치에서 입을 색동옷을 계기로 오방색에 관심을 갖게 된 초롱이와 하늘이에게 고모가 오방색과 음양오행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오방색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세히 알아보게 된다.
두 번째 장 '동쪽에는 나무의 색, 파랑'에서 소개되는 오방색 중 파랑은 방향 중 동쪽, 오행에서는 나무를 뜻하며,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는 색으로 여겨졌다. 세 번째 장 '남쪽에는 불의 색, 빨강'은 방향 중 남쪽, 오행에서는 불을 뜻하는 빨강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우리 조상들은 빨강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어지는 네 번째 장 '중앙에는 땅의 색, 노랑'에서 소개되는 오방색 중 노랑은 방향 중 중앙, 오행에서는 흙(땅)을 뜻한다. 그리고 노랑은 따뜻한 양기가 가득해 나 쁜 기운을 좋게 만들고, 좋은 기운은 더 좋게 만드는 색으로 여겨졌다. 다섯 번째 장 '서쪽에는 쇠의 색, 하양'에서는 방향 중 서쪽, 오행 중 쇠를 나타내는 하양에 대해 다루면서 우리 조상들은 왜 하양이 신성한 기운을 뜻한다고 여겼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오방색 중 마지막 색인 검정에 대해서는 여섯 번째 장 '북쪽에는 물의 색, 검정'에서 다룬다. 검정은 방향 중 북쪽, 오행 중 물을 뜻하는 색으로 지혜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일곱 번째 장 '다섯 색깔이 서로서로'에서는 오방색이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 또는 상극의 관계를 가지며, 오방색 사이의 간색도 있다는 것을 덧붙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각 장 사이사이에 우리 조상들은 오방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통 의례와 전통 건축, 전통 음식, 사신도, 전통 예복 등에 담겨 있는 오방색을 찾아내면서 우리의 전통 문화와 오방색의 관계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 연지곤지를 찍는 이유부터 오방색으로 만들어진 전통 예복은 각각 어떤 의미로 가지는지까지, 전통 문화 속 오방색이 가지는 뜻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서울 사대문의 각각 이름과 오행의 관계, 청룡·백호·주작·현무의 사신(동물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 등 조상들의 당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오방색과 연결지으면서 쉽게 풀어내는 점은 특히 눈에 띈다.
'오방색'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매우 익숙한 색들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와 풀에서는 파랑을, 강렬한 태양과 따뜻한 불에서는 빨강을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자연은 오방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오방색은 자연 속이나 전통 문화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호등에도 빨강, 노랑, 파랑이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문서는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쓰여지곤 한다. 이렇게 오방색은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쓰이고 있다.
오방색 각각의 색 뿐만 아니라 오방색이 어우러져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에는 흰 바탕에 빨강과 파랑으로 음양을 표현한 태극마크와 함께 검정으로 된 사괘(건·감·곤·리)가 그려져 있다. 또 실생활에서도 신호등이나, 온수와 냉수를 구분하는 수도꼭지의 표시 등에서 우리는 오방색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오방색과 오방색의 근원이 되는 음양오행 사상은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음에도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를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특히 전통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오방색의 다섯 색은 익숙한 색일지라도 '오방색' 자체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방색은 단순히 색채를 넘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담겨 있으며, 우리 전통 문화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 문화를 설명하는 데 오방색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오방색과 함께 오방색이 녹아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와 조상의 지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전통 문화, 오방색, 또는 음양오행 사상을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와 한자들이 아이들을 멀어지게 했다면, 이 책은 오방색이 사실은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색임을 알려주며,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는 전통 문화에 아이들이 더욱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오방색을 소개하면서 "우리도 오방색의 고운 빛깔들이 그렇듯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각자 좋아하는 색깔이 있는 아이들에게 오방색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오방색에 대한 소개 다음에 오방색이 어우러져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는 부분을 소개한 것은 작가의 바람대로 아이들에게 다른 여러 색들이 함께 어우러져 세상을 완성한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서로 존중하고 함께하는 소중한 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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