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오룡호' 침몰 사고 '골든타임' 또 놓쳤다
해양 전문가들 "퇴선 명령 조치가 조금 빨리 이뤄졌었다면..."
사조산업의 1700톤 급 원양어선 ‘오룡호’가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해 사흘째 실종된 50여명의 생사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퇴선명령이 빨랐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많은 희생자를 낳은 바 있어 해양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또 다시 퇴선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길영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3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사고 이후 풍랑이 일고 파도가 높아 빨리 퇴선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퇴선 명령을 비롯한 많은 조치들이 조금 더 빨리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늦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공 교수는 “요즘은 위성전화가 있어 바로 선박에서 선사와 통화를 하게 된다”며 “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바로 본사에 보고하고 본사의 선박운항책임자가 상황 지시를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퇴선 명령이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보통의 선박에는 구명정이 선수 쪽에 있기 때문에 선미 쪽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옮겨 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퇴선 명령이 일찍 행해졌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0도에 가까운 바닷물 수온을 감안했을 때 바다에 뛰어들어도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퇴선 명령이 속히 이뤄졌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김길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역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구명보트나 라이프리프트를 미리 하강시켜서 선원들이 탔다면 많이 구출이 됐을 것”이라며 “조금 빨리 퇴선 판단을 했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갑자기 탈출하게 되면 그냥 바다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는데 수온이 아주 낮은 상태에서는 길어도 1시간, 짧으면 30분 정도밖에 견디지 못한다”며 재차 퇴선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신설된 ‘국민안전처’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과 관련, “세월호 사고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며 “국민안전처가 이번 기회에 사고 상황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선박의 노후화’를 지적했다.
공 교수는 “세월호와 같은 유람선의 경우 법 규정상 20년 또는 30년까지 운영하도록 규정되어있지만, 원양어선의 경우는 정기 안전 검사만 통과하면 출항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선주에게 안전을 다 맡겨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에 등록된 원양어선 대부분이 노후화 돼 있어 오룡호처럼 노화 선박을 운영하는 한 사고위험은 계속해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오룡호의 경우, 선박 노후화로 인해 자그마한 이물질에도 배수에 문제가 생겨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 또한 “지난해 통계에서 원양어선 342척 가운데 11년 이상된 배가 312척으로 90%이상”이라며 “우리나라에 노후된 선박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조를 한다고 해도 상부구조만 개조할 뿐 전체 자체를 개조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배는 역시 오래된 배”라며 사조산업 측에서 노후 선박을 개조했다는 해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배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배수구를 통해 물이 빠져줘야 되는데 물이 안 빠졌을 가능성이 있고, 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쇠가 부식돼 선수 쪽에 파공이 생겨 해수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들은 사고 해역에서 초속 20m의 강풍이 불고 파도도 높게 이는 등 당시 기상상황에서는 조업을 중단했어야 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히 김 교수는 “조업중단에 대해서는 사실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장에서는 선사의 눈치를 보고 있기도 하고 본사에서 통신으로 계속 지시하기 때문에 선장이 혼자 판단할 수 없다. 조업을 많이 하면 그만큼 이익이 생겨 회사에서도 원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조업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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