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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들 백가쟁명, 청와대내 컨트롤타워가 안보인다


입력 2014.12.04 17:07 수정 2014.12.04 17:51        최용민 기자/김지영 기자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이 청와대내 리더십 발휘해야

일각에서는 "비서실장에게 권한이 없었음을 반증"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에서 시작된 청와대의 비선실세 논란이 확산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통령 비서실 내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데일리안DB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에서 시작된 청와대의 비선실세 논란이 확산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통령 비서실 내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문건 내용의 진위를 떠나 현 대통령 비서실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청와대 내 권력다툼, 비선실세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먼저 청와대가 ‘찌라시(정보지)’라고 주장하는 정 씨에 대한 동향보고서가 비선실세 의혹으로 비화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비서실의 총 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월권 행사로 김 비서실장의 리더십이 위축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 비서관의 경우 김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안 비서관은 민정수석비서관실 인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문건 유출 인지했을 때 철저히 조사하지 못한 건 비서실장의 직무유기"

먼저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이 ‘국정농단 의혹’, ‘정윤회 게이트’로 확산된 것은 문건이 처음 유출된 시점에 김 비서실장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의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청와대가 인지한 시점은 지난 4월 2일. 이 같은 내용은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과 김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다. 이후 민정수석실은 5월부터 6월까지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책임자 색출과 사법처리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3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당시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했다는 것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떠나서 김 비서실장의 직무유기”라며 “개인이나 기업도 관련 문서가 없어지면 철저하게 찾는데, 나라를 운영한다는 사람들이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건이 유출된 사실은 물론, 그 내용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혹여 박 대통령이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김 비서실장에게 있다.

현재 청와대 비서진들의 모든 보고는 김 비서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김 비서실장으로 교체되면서 서면보고는 모든 수석실의 보고를 비서실장이 검토하고 취합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수석실 차원에서 문제를 인지했다고 해도, 김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전하지 않으면 해당 사안은 보고되지 않는다. 그간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인사조치, 문건 유출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김 비서실장이 본인의 선에서 사태를 묻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김 비서실장이 적기에 문건 유출자를 찾아내 사법 처리하고, 유출된 문건을 회수했다면 지금처럼 논란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서관 3인방 실권 행사에 비서실장 리더십 잃어

다른 측면에서는 컨트롤타워로서 김 비서실장에게 실권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이 실제로 비선실세로서 권한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김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 문고리 3인방간 내부 권력다툼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전제로 한다.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는 복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비선실세 논란의 핵심으로 비서관 3인방과 조응천 전 비서관간 내부 갈등을 지목했다. 조 전 비서관도 안 비서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인사권을 침해받고, 이 비서관으로부터 정 씨의 전화에 응대하라고 압박받는 등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기태 전 경기대 총장은 “기본적으로는 어느 조직이나 비선이라는 권력이 최고 권력자와 교감이 이뤄질 때에는 누가 컨트롤타워에 있어봤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면서 “비공식 권력이 최고 권력자와 닿아 있을 때 2인자라 하더라도 컨트롤이 불가능한 게 권력의 속성”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 비서실장이 컨트롤타워가 아닌 중재자로서도 역할을 못 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사 문제이다. 박근혜정부의 인사는 그간 폐쇄적인 과정 때문에 ‘불통 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도덕성, 역사관 문제로 국무총리 후보자 두 명이 연달아 낙마하는 등 숫한 인사파동을 겪었다. 이는 인사 과정에 일정한 기준과 시스템이 존재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는 인사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지목되고 있다. 실제 이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인사위원회에 정례적으로 참석한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이 비서관의 존재가 인사위원장으로서 김 비서실장의 권위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인사권이 없는 안 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될 경찰을 단수로 결정해 통보하고, 부적격자로 분류된 경찰의 파견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씨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비서관이 자신과 통화에서 “(조 전 비서관과)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대선 때에도) 공식적인 선거조직 외에 (정 씨의) 삼성동 팀이 실질적으로 선거를 좌지우지 했다는 설이 횡행했다”며 “비공식 조직이 결국 문제를 일으키니깐 김 비서실장에게만 뭐라고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이어 “김 비서실장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무슨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고,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권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접근하는 것은 문서 유출을 보고 있는데, 그게 아니고 합법성이 없는 비공식 권력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이 국기문란이다.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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