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남근석기행>‘물의 도시' 강원도 화천의 미륵바위
'물의 도시' 강원도 화천은 천혜의 비경이다. 수상스포츠 메카로 급부상 할 만큼 지난여름 18만여 명이 화천 쪽배축제에 참가했다. 겨울에는 일백만 명이 산천어축제에 모였다. 이들 축제는 지역경기 활성화에 효자로 떠올랐다. 특히 2014 인천아시아 경기로 국내외 조정, 카누 선수들이 전지훈련으로 화천에 대거 몰리면서 3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경제적 배경에는 천혜의 특혜도 있지만 화천사람들의 애향심과 지자체가 만들어낸 헌신의 결과다. 수상 레포츠인들이 화천을 찾는 매력은 깨끗한 물과 산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선수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앞으로 수상 스포츠는 물론 자연생태관광, 전통문화까지도 마케팅 전략을 세워 연계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화천서 파라호 방향으로 10분정도 가다보면 대이리회관 맞은편에 기이하게 생긴 다섯 개의 바위가 갓길에 있다. 이른바 미륵바위라 부르는 속칭 남자바위다. 이 바위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다듬지 않은 화강석으로 이뤄진 5개의 바위 중, 큰 형님바위는 크기가 170㎝, 둘째 형은 130cm, 보다 작은 3개의 바위는 북한강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거인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 같다. 화려함도 없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섣불리 말을 걸 수 없는 이상한 비범함이 풍긴다.
미륵이 어떤 연유로 이곳에 자리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구전에는 조선시대 때 큰 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바위만 남았다고 한다.또 조선말, 화천읍 동촌리에 장씨라는 선비가 매일 미륵바위를 찾아 정성을 드려 과거에 급제했다는 이야기와 소금 배를 운반하던 선주가 안전한 귀향과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며 제를 지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미륵바위는 자연석 또는 남근모양의 바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신에게 종족번성을 바라는 성경(誠敬)바위다. 미륵이라는 명칭도 있지만 미륵님, 미륵불, 선돌 등으로도 부른다. 또한 그 형태를 본떠서 남근석, 성기바위, 좆 바위, 자지바위 등 남성을 상징하는 명칭이 붙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삐죽바위, 장군바위, 칠성바위 등 다양한 명칭으로도 부른다.
우리민족은 미륵은 성기 숭배의식을 반영한 신앙으로서 성기모양을 한 바위가 다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마을제사 때는 바위에 금줄을 매고 고깔을 씌우기도 한다. 미륵신앙은 특정지역에 치우치기보다는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이런 미륵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인이 남성모양의 미륵바위에 치성을 드리며, 자식을 원한다. 둘째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를 기원하는 성격을 지닌다. 특히 조선시대 때는 남아선호사상이 깊었다.
자식을 바라는 개인적 의례는 특별한 날이 있지 않지만, 마을동제는 정월 초나 정월대보름에 대다수를 차지한다.
화천에 관광객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도로와 끝없이 이어지는 북한강 산수화는 팍팍한 삶의 위안이 되어준다. 심신이 지쳐 있을 때 화천에 가보자. 그곳에서 북한강변 자전거도로와 산소 길을 걸다가 선인들이 조성해 놓은 미륵바위에 두 손 모아 좋은 일 생기도록 소원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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