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앞에선 “땅콩회항 슈퍼갑질” 뒤에선 취업청탁
"간접부탁 사실은 있으나 직접 부탁은 없어...대단히 부끄럽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의 ‘처남 대한항공 취업청탁’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 위원장의 이중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에 대해 “슈퍼 갑질”이라며 날을 세우면서, 정작 자신은 의원직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김성수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04년께 미국에서 직업이 없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며 청탁 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문희상 위원장은 정치인생을 걸고 한 번도 자식이나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고, 그런 자부심으로 정치인생을 버텨왔다"며 "당시 처남이 문 위원장의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지만 대한항공이 이를 거절하면서, 취직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밝했다.
그는 특히 “문 위원장이 처남의 취업청탁을 대한항공 측에 간접적으로 부탁한 사실은 있으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부탁한 적은 없다”며 "새정치연합과 문 위원장은 조 회장이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조 부사장 사태를 감싸주거나 그럴 의도가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 3세의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서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새정치연합은 조 전 부사장의 행위를 이른바 '슈퍼 갑(甲)질'로 규정하고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15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슈퍼 갑질’로 나라가 어지럽더니 항공사 오너 딸의 슈퍼 갑질로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며 “이번 사태는 재벌과 대기업 오너의 기업 사유화가 너무 당연시 돼 몰상식의 극치로 악화된 ‘슈퍼 갑질’의 대표적 사례다. 도를 넘는 재벌일가 일탈행동을 더 이상 유야무야 넘어가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각종 포털과 SNS에서는 “슈퍼 갑질 비판하더니 자신도 의원직 남용한 갑질 아닌가”, “권력있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다. 누가 누굴 욕하나”라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아울러 문 위원장과 조 회장이 서울 경복고등학교 동문임이 알려지면서, 청탁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문 위원장 측은 조 회장과 동문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사적으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사건은 앞서 지난 16일 한 매체가 2004년 당시 법원 판결문을 인용해 문 위원장의 청탁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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