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래 선택한 슈틸리케 ‘박주영 시대 끝났나’


입력 2014.12.23 10:18 수정 2014.12.23 10: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박주영 대신 신예 이정협

외국인 감독이기에 과감한 선택 ‘증명 없이 불가’

박주영은 끝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박주영(29·알 샤밥)에게 끝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대표팀 최종 명단을 공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공격수 포지션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박주영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 이근호, 이정협을 공격수로 선발했다.

타깃맨 자원이던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된 상황에서 박주영의 합류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월드컵 이후 무적신세를 면치 못하던 박주영은 최근 중동의 알 샤밥으로 진출하면서 꾸준한 출전을 통해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골 침묵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박주영은 아시안컵 명단 발표 전까지 최근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슈틸리케호에서도 지난달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2연전에서 부름을 받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현재 대표팀내에 A매치 경험이 많은 유일한 공격수라는 점에서 발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장고 끝에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이라던 '원칙'을 선택했다.

박주영은 2011년 이후 축구선수로서 추락을 거듭해왔다. 그나마 그를 지탱시켜준 것이 바로 대표팀에서의 무한신임이었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보여준 것 없이도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까지 잇달아 발탁됐고, 이는 특혜논란으로 이어지곤 했다. '박주영만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 '다른 대안이 없다'는 논리는 모든 합리적 비판을 찍어 누르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 베이스'에서의 경쟁을 통해 이러한 익숙한 고정관념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만일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홍명보 전 감독 체제가 유지됐거나 다른 국내 감독이었다면 박주영을 대표팀에 발탁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보다 먼 미래를 보는 길을 택했다. 부상이 아님에도 박주영을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A매치나 메이저 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이정협과 조영철 등을 대신 발탁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외국인이었기에 가능한 뚝심이었다.

박성화, 허정무, 조광래, 홍명보 등 주로 국내파 감독들이 박주영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인 것에 비해 핌 베어벡,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슈틸리케 등 외국인 감독들은 박주영의 기량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 판단을 내리고 거리 두기를 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월드컵에서의 무임승차와 부진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박주영은 이후로도 자신의 입지를 반전시킬만한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대표팀에서 더 이상 목표의식과 열정을 잃은 듯한 모습은 지난 월드컵에서의 참사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한국축구에서 박주영의 시대는 사실상 저물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저물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축구계의 빗나간 '제 식구 감싸기'와 인맥축구가 박주영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특정 선수에 대한 과도한 특혜와 보호는 선수를 강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약한 응석받이로 만들었을 뿐이다.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준목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