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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준위 1월 대화 제안,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입력 2014.12.31 09:01 수정 2014.12.31 09:07        김소정 기자

전문가들 “여전히 낮은 수준의 대화 제시...기대감 높여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1월중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당국자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류 장관 왼쪽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연합뉴스

정부가 북측에 선제적으로 대화 제의를 한 지 하루가 지난 30일 북측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제의를 한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다.

북한은 주로 “체제 대결 책동”이라는 말로 통일준비위의 통일헌장 제정 추진을 비난하고 인권 공세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까지 싸잡아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준비위 정부위원 혐의체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전날 대화 제안은 진정성을 갖는 뜻을 담고 있다”면서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북한이 우리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고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시 한번 북한을 압박했다.

그동안 당국 간 대화를 강조해온 정부가 반민·반관의 통일준비위 명의로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새로운 대화의 틀을 제시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더구나 대통령 직속 기구인 통일준비위가 대화 주체로 나서면서 남북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할 것을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통일준비위는 그동안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만 치중해온 만큼 정치·군사 의제에 더 관심이 많은 북한이 선뜻 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과 북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정치적인 의제만으로 대화가 가능할 지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준비위는 단순히 민·관이 결합된 것 이상으로 통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기구”라면서 “이번 대화가 이뤄지면 통일준비위와 북한 통일전선부가 남북이 서로 할 수 있는 일의 합의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당국자는 “합의된 정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당국 간 후속 협의나 회담도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회담의 성격을 수정해서 제의할 경우 여러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령 북한이 통준위를 민간단체로 보고 그들이 주장해온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와 같은 형태로 역 제의해올 경우 회담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또 앞서 결렬된 2차 고위급접촉 논의 때처럼 전단 살포 중지 등 다른 의제를 내세워 주도권 다툼에 돌입하게 되면 남북은 결국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돌이키기 어려운 악화일로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도 맹목적으로 거부할 필요없이 일단 대화의 테이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이 이제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변화를 모색할 때인 만큼 통일준비위 제안처럼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화 제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 제시가 안 된 것은 여전히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남과 북이 아직까지도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해법 제시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통일준비위가 제안한 의제도 남북 간 민감한 안건을 피해가는 식이어서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통일준비위가 이번에 선제적인 대화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의 대화 제시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통일부장관이 이번에 설 안에 이산가족상봉을 행사를 열 것을 제안했지만 이는 한번의 이벤트성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전원에 대한 생사확인이나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을 놓고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식의 보다 대담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우선 핵 동결과 비핵화가 시급하고, 그 전에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특히 남북이 내년 광복 70주년·분단 70주년을 의미 있게 맞으려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만한 것이 없다.

앞서 정부가 통일준비위 명의로 북측에 제안한 주요 대화 의제는 언어·민족유산, 스포츠, 민간교류, 이산가족, 디엠지세계생태평화공원 등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우선 남북 간에 실질적으로 협의가 가능한 쉬운 것부터 해나가자라는 것이고, 이건 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작은 통일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자는 “통일준비위가 북측이 우려하는 것처럼 흡수통일·체제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화의 장에서 설명하겠다”고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에 통일준비위 명의의 남북대화 제안을 하면서도 여전히 2차 고위급접촉도 별도의 대화 채널로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에 논평을 싣고 소니 해킹설을 거듭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은 논평에서 “미국이 더 큰 봉변을 당하기 전에 북한의 공동조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에도 공동조사를 주장한 바 있어 이번 통일준비위의 대화 제의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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