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완장 내려놓고 부활 날갯짓 'Again 2011'
오랜 부진 속 예상 깨고 선발 출장..결승골 발판
득점왕 올랐던 카타르 아시안컵 재현 기대
구자철(26·마인츠 05)이 살아나야 한국 공격도 살아난다.
지난 10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오만과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1차전은 구자철의 존재감이 드러난 한판이었다.
이날 구자철은 전반 인저리 타임 조영철의 결승골을 돕는 중거리슈팅으로 팀의 1-0 승리에 기여했다. 구자철은 공수를 넘나드는 활약으로 득점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구자철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부진했다. 아시안컵 개막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부진 뒤에는 대표팀 주장 완장이 기성용에게 넘어가며 주전 입지가 흔들리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구자철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넘긴 것은 오히려 경기 외적인 부담을 덜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 가까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전에서 예상을 깨고 다시금 구자철을 선발로 기용했고, 구자철은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으로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물론 오만전 한 경기만으로 구자철이 완벽하게 살아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슈틸리케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만전 승리가 아니라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이고, 구자철은 그런 대표팀 공격 전술의 핵심플랜이다.
4년 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득점왕을 차지했을 당시 보여준 뛰어난 골 결정력과 넓은 시야, 왕성한 활동량이 앞으로의 경기에서 살아나야 한다.
주전 경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남태희·이명주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언제든 호시탐탐 기회를 넘보고 있다. 제로톱을 구사했던 오만전에서 수비가담과 볼키핑이 좋은 구자철이 먼저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다른 경기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새로운 전형에 따라 또 다른 선수들을 기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구자철은 지난 오만전 이후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여론의 비판에 대해 "나에 대한 비난하는 이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축구를 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나는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뿐이다"고 반응했다.
얼핏 감정적으로 격앙된 반응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대표팀 선수라면 그런 여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근성도 필요하다. 누가 뭐라 하든 축구로서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며 화려한 길만을 걸어온 것 같지만 구자철은 지금까지 몇 차례 슬럼프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독일 진출 이후 해외 적응과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다 임대 이적 등을 통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했고, 대표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젊은 나이에 각급 대표팀 주장까지 역임했던 재능과 정신력은 보통 선수들이 감당할 수 있는 압박이 아니다.
구자철에게 지금의 시련은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 구자철이 살아날수록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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