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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탈북자 스웨덴서 강제 추방 위기 사건의 전말은


입력 2015.01.19 09:56 수정 2015.01.19 10:01        목용재 기자

북인권시민연합 "스웨덴 정부, 한국 정부와 탈북자 신원확인 공조해야"

지난 2012년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 회원들이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북송반대가 적힌 풍선과 시민들의 희망 메세지가 가로수에 걸려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탈북자로 추정되는 17세 소년이 스웨덴에서 중국으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추방된 소년을 자국민이 아니라고 확인하면 해당 소년은 강제 북송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봄, 스웨덴으로 흘러들어간 이 탈북 소년은 스웨덴 입국 직후부터 현재까지 스스로 탈북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스웨덴에 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에서는 북한 공민증이나 비자 등 공식문건이 있어야 이 소년을 탈북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탈북자들의 구출과 북한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시민연합)에 따르면 이 소년은 2013년 7월 망명신청이 거절된 후 2년여 동안 망명 신청 소송에 휘말려왔고 이에 대한 마지막 항소가 지난 12일에 제출된 상황이다. 마지막 항소에서도 이 소년의 신분이 중국인이라는 판결이 유지되면 강제북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7~8세 때 집을 나온 이 소년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구금시설에 끌려가 16세까지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년은 16세에 탈북, 1년 간 중국 생활을 하다가 어떤 이유로 스웨덴 망명까지 이르게 됐다.

이 소년의 변론을 맡고 있는 스웨덴 변호인단과 접촉한 시민연합은 이 소년이 스웨덴으로 입국한 경로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탈북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민연합은 이 소년이 스웨덴 현지에서 진행한 인터뷰 녹취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소년이 탈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당국은 소년의 신분을 확증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 소년을 중국인(조선족)으로 단정해 강제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스웨덴 당국은 언어분석자료를 제출하는 민간기업인 ‘Sparakab’가 해당 소년과 벌인 인터뷰 분석 내용을 신뢰하고 있다. 시민연합 측은 스웨덴 정부가 북한과 탈북자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민간기업의 조언보다는 한국정부와 협력해 소년의 신분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환 시민연합 자문위원은 ‘데일리안’와 통화에서 “이 소년은 ‘Sparakab’와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는데, 첫 번째 면접관은 북한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면서 “소년은 인터뷰 과정에서 18여개의 북한 지명을 말하는데 ‘풍계리’를 말했을 때 해당 면접관은 ‘훈계리’로 들었다. 또한 유도심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자문위원은 “물론 이 소년이 탈북자로 위장해 유럽에 망명하려는 중국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 소년은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했고, 녹취를 분석해봐도 탈북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민연합 내부에서도 이 소년 신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그 소년이 탈북자라고 확증할 수는 없지만 그가 중국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스웨덴 당국이 해당 소년을 중국으로 강제 출국시키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당국은 이미 중국에 해당 소년에 대한 비자신청을 끝내놓은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상황으로서는 마지막 항소심에서 그동안의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문위원은 “중국은 호구조사도 제대로 돼있지 않고 호구에 등록돼 있지 않은 사람도 태반”이라면서 “중국이 스웨덴의 비자신청을 받아들이고 소년을 중국으로 보내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입장에서 소년이 자국민이 아닐 경우 북한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등을 제외한 유럽 각국에서는 탈북자를 망명시키는 시스템이나 신원확인을 위한 한국 정부와의 공조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라면서 “이 소년이 중국으로 강제 추방되는 선례를 남기면 향후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스웨덴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 대사관이나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신원환인 공조를 이뤄야 한다”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이 같은 선례가 남는다면 유럽을 통해 탈북자들이 수시로 강제북송으로 이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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