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복합할부 3R, 카드사 잡으러 왔소이다

현대차 체크카드 수수료율 연동해야 vs. 카드사 1.5% 이하 불가

19일 현대차와 신한카드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에 들어간다. ⓒ데일리안

현대차와 신한카드가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양측의 입장이 엇갈려 접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카드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한카드와 오는 2월15일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받고 있는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사는 1.5%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카드 잡고, 비씨카드 꺾고 2연승 현대차

지난해 11월 국민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이전(1.85%)보다 0.35%p 낮춘 1.5%(체크카드 수수료율)에 합의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복합할부를 연동한 것이다. 이에 현대차와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조정되면 복합할부 수수료도 바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현대차의 승리로 봤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어진 현대차와 비씨카드 간 협상에서 '복합할부의 체크카드 수수료율 연동'은 큰 영향을 미쳤다.

비씨카드와 현대차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9%다. 국민카드보다 0.05%p 높다. 대신 국민카드보다 체크카드 수수료율(1.3%)은 0.2%p 낮다. 이 때문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와 연동하면 비씨카드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씨카드는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복합할부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현대차와 합의했다.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하라는 현대차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만 보면 현대차가 카드사와 협상에서 우위에 있었다"며 "복합할부 취급 규모가 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협상에 앞서 일종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복합할부를 연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상 카드사와 협상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크카드 수준(1.3%)으로 낮춰 vs. 1.5% 이하 어려워

복합할부는 신용카드로 차를 살 때 캐피탈사가 카드결제 다음날 회원의 결제대금을 갚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나눠 갚는 방식을 말한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신용공여기간을 갖지 않는다.

대신 카드사는 가맹점(현대차)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고객과 딜러, 캐피탈사에 나눠 준다. 예컨대 소비자가 2000만원 자동차를 구입했다면 가맹점 수수료(1.9%)로 40만원 가까이 카드사에 떨어진다. 자동차 제조사는 2000만원 자동차를 팔아도 1960만원만 손에 쥔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에 0.33%만 챙기고 0.2%는 고객에게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나머지 1.37%는 캐피탈사에 준다. 캐피탈사는 이를 다시 고객에 금리할인(0.37%) 혜택으로 떼어 주고 일부는 자동차 판매사원(1%)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준다.

현대차는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캐피탈사에 바로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용카드 거래로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는 고객계좌에서 바로 돈을 빼가는 체크카드 결제와 같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카드사는 신용카드 거래 이후 캐피탈사와 발생하는 거래이기 때문에 가맹점(현대차)과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내릴 수 없다는 자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을 따졌을 때 1.5% 이하로 수수료율을 낮추기는 어렵다"면서 "현대차가 대형가맹점 지위를 이용해 무리하게 수수료율을 낮추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보면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하도록 요구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