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자"는 박 대통령 '대북원칙'은 어디에
전문가 "대통령 남북대화 제의, 쫓기는 인상…천안함·연평도·금강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부터 받아야"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북한·안보 전문가들은 집권 1, 2년차에 비해 느슨해진 박근혜 정부의 대북 기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 2년차의 박근혜정부는 남북간 신뢰 회복의 조건을 북한의 비핵화,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관련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 조치 등으로 강조해왔다. 북한의 진정한 ‘반성’이 선행돼야 남북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조였지만 2015년에 접어들면서 그 기조가 반전됐다는 것이다.
1, 2년차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것도 ‘원칙’를 지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박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대북정책 관련 메시지들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는 지난 1·2년차 당시의 ‘남북신뢰 회복을 위해 비핵화 등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라는 기조에서 ‘대화를 통해 남북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를 하자’는 기조로 변했다.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보다 남북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북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박근혜 정부가 북한 측에 먼저 대화를 요청했기 때문에 북한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북한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조건으로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사과 등을 거론하고 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2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박근혜정부의 대북 기조는 출발 당시 매우 선명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고 비핵화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었는데 우리 측에서 먼저 대화를 제의 하는 것은 북에 구걸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송 소장은 “역대 대통령들은 국내 사안들이 잘 풀리지 않으면 대북정책을 통해 이러한 꼬인 정국을 푸는 경향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박근혜정부는 쫓기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북한에 다시 말려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남북대화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는데 그것은 대화를 하면 신뢰가 구축된다는 착각과 심리전 중단이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이라면서 “현 정부도 이같은 환상에 이미 젖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도 본보와 통화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성과는 북한에 대한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라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싼 남북 당국 간의 논의도 우리 측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북한이 나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대화에 응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이미 북한은 우리 정부가 대화에 조급하고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측 ‘카드’를 읽힌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천안함·연평도·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20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신년대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핵 불용’과 ‘튼튼한 안보’에 기반한 남북관계 개선”라면서 “향후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천안함 폭침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내용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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