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나면 "논의기구 만들자" 새정치, 이번엔 월급쟁이?
당내서도 "양대 노총이 수백만 봉급생활자에 대한 대표성 있겠나"
새정치민주연합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논란이 거센 연말정산 문제의 보완책 마련을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정작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 열고 “연말정산 세금부담 완화를 위해 여·야·정 및 봉급생활자가 직접 참여하는 긴급논의기구를 즉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기재위 야당 간사 등 의원 11명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당정 협의라는 밀실 논의를 중단하고 긴급논의기구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 직장인 세금부담 경감과 관련된 총체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구성과 관련해서는 양대 노총을 포함해 조세 문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꾸릴 계획이다.
기재위 소속 홍종학 의원은 "전경련같은 거대 기업집단협의체는 정부에 끊임없이 자신들의 요구 입법을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세법심의과정에서 논의됐지만, 수백만 명의 봉급생활자들에게는 단 한번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그간의 과오를 납세자들에게 사과하려면 우리당 제안대로 새로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정책위 차원에서도 “정부여당이 현재 상황만 모면하려고 소급적용 등 미봉책만 내놔서는 안된다. 대증요법 대신 연말정산이 정리되는 시점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모두 점검해야한다”며 “여야정과 국민이 참여한 기구에서 소득세제 개편과 법인세 정상화까지 포함된 총체적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 기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필요하지만, 매 현안마다 기구를 구성하는 데 드는 비용과 대표성 문제 때문이다.
실제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은 ‘노총이 봉급생활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봐야하느냐’는 질문에 “내 얘기가 그렇다. 최소한 금속노조같은 데는 신경을 써줘야하는데, 사실 노총들이 전부 조직에만 신경을 쓰다보니까 정책에는 약하다”며 대표성 문제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야당도, 사회단체들도 사실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보인거라고 생각된다. 과도기적인 현상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부분들이 언론에 많이 좀 공개되고 파헤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봉급생활자만 수백만이다. 양대노총이 이미 국민들에게 기득권처럼 인정 안 하는데, 당장 몇십만원씩 폭탄처럼 더 내라고 해서 피가 솟는 마당에 노총이 가서 앉아있는다고 거기 내 입장이 관철될 거라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이러니까 새누리당이 일단 잘못했다고 사죄부터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단 새정치연합은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국내에서도 실효성이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일본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사회보장과 일체의 세금 개혁안을 국회에서 논의해서 확정했고 총리실 산하 논의기구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그 법안에 의해 기구를 설치하고 거의 모든 국민과 토론을 해서 의견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개혁안을 만든 예가 있다”며 “대개 선진국들은 다 이런 방식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거의 모든 국민과의 토론’을 위해 실제 비용 부담이 얼마나 되며, 구체적으로 대표성을 가진 납세자를 어떻게 분류할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논의기구 구성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무원연금개혁 이슈가 들끓었던 당시 공투본(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과 함께 ‘공적연금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공투본 측은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한 안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 불참할 수도 있다”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다른 현안과 연금 문제를 연계해 거래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와는 상관이 없다"며 "상대가 있는 협상이다보니 이 정도면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세월호 정국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이 반드시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대책위 측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여야와 유가족 간 연일 대립각을 세우면서, 법안 통과 등 다른 국회 일정들이 ‘올스톱’되는 문제를 초래했다. 이에 “정작 해결은 안되고, 대부분의 국민들과 연관된 법안은 먼지만 쌓이고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연히 여론 수렴은 했어야 하는데, 이게 세월호때처럼 특정 사안도 아니고 거의 전 국민이 다 내는 세금 문제인데, 현실적으로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이 되겠느냐”며 “그것보다 총리도 자르고 싶고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문제점이 다 파악됐으니 국회에서 야당과 협의하면 충분하다"며 "원인이 거의 밝혀졌기 때문에 그렇게 확대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여야 간 협의에 맡겨두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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