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의무 설치 반대 의원들, 여론에 등떠밀렸나
"필요성 인정하지만, 정부가 인권침해·예산 등 대책 마련해야"
새누리당이 어린이집 CC(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그동안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입장을 바꿔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 대책위원회’(위원장 남인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CCTV 의무화와 아동학대 교사 및 어린이집 영구 퇴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와 관련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의 당시 이들은 실효성과 보육교사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터였기에 일각에서는 이들이 전향적 자세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수용한 데에는 여론의 비난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벌어진 인천 모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폭행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빗발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13년 6월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담고 있는 영유아보육법개정안에 대한 복지위 법안소위 심의 당시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사의 인권 침해와 더불어 “CCTV를 통해 아동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고, 같은 당 김성주 의원 역시 같은 논리로 발의 법안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바 있다.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이들은 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남 의원은 앞서 지난 18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보육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 또한 ‘CCTV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22일 회견에서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TF 위원장으로서의 의견과 의원 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CCTV 의무화가 된다고 해도 인권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우리 당은 CCTV 의무화와 처벌 강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와 함께 교사들의 처우나 근무여건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CCTV 논란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 논란에서 그만 벗어나자는 의미”라며 입장 선회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방안을 마련했으니 야당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실효성에 대한 부분이나 설치 예산, 교사들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법안 통과의 공을 정부로 넘겼다.
다만 그는 “현재 국민감정으로는 보육교사들도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쨌든 설치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보육교사나 우리(새정치연합) 쪽에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22일 회견 당시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이와 함께 “체벌금지와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법안도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CCTV 설치는 단편적인 대책이어서, 정부는 CCTV 설치비용 지원 뿐 아니라 열악한 보육환경 개선 등 보육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여론의 요구에 찬성표를 던지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부가 그에 따른 예산 등 대책을 마련해오라는 일종의 ‘조건’을 내건 셈이다.
사실상 조건부 동의로 결론 내린 새정치연합 측은 CCTV 설치 의무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보육교사의 근무여건과 처우 개선 △보육교사 임용절차 강화 △정부의 재원 마련 등에 무게를 싣고 있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오는 2월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