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2000억원’ 신기루 쫓는 일본 축구, 예고된 참사
월드컵 예선 탈락 이어 아시안컵도 조기 탈락
국가 차원 지원? 축구, 돈 아닌 사람의 스포츠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 4강 문턱에서 덜미를 잡혔다.
일본은 23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양 팀은 120분간의 혈투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를 펼쳤고, 승리의 여신은 일본이 아닌 UAE의 손을 들어줬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일본을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스시타카’로 불리는 일본의 패스 축구가 아시아 수준의 레벨을 넘었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일본은 분명 타 팀들보다 전력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일본은 최근 축구만큼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급에 근접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2010년 일본축구협회는 176억 엔(한화 약 2000억 원)의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같은 의지의 표명이었다. 월드컵 4강을 목표를 월드컵 성적의 단계적 향상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국가 차원의 전폭 지원을 통해 축구선수들을 양성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일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예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일본은 4강 진출하겠다고 호언장담하겠지만, 16강 진출 실패라는 쓴 맛을 봤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실패를 맛보면서 일본 축구팬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몰락은 예고된 일이라고 쓴 소리를 퍼붓고 있어 축구계는 더욱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수장인 하비에르 아기레(57) 감독이 승부조작설에 휘말리며 일본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단순한 전술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아시안컵서 보여준 아기레 감독의 선수기용도 다소 의아했다. 아기레 감독은 일찌감치 베스트 11을 선정하고,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 1경기 등 본선 4경기서 선수 변화를 최소화 했다. 체력적인 한계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을 굳게 믿었던 아기레 감독의 패착이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데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크다는 점이 아기레 감독이 고집을 부린 원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폭적인 지원은 일본 축구의 외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선수들의 멘탈을 동시에 끌어올리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혼다 케이스케와 가가와 신지 등 스타급 선수들과 다른 선수들의 숨은 갈등도 끊임없이 불거지곤 했다.
돈이면 축구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은 결국 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허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일본축구협회는 세계축구 흐름을 이해하고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선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축구는 예산만 높게 책정한다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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