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속출’ 한국축구, 귄도간 잃었던 독일과 닮은 꼴
독일, 브라질월드컵 앞두고 로이스-귄도간 부상으로 잃어
정신 재무장 계기 삼고 월드컵 우승..한국도 비슷한 행보
한국축구가 이라크를 완파하고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서 킥오프한 이라크와의 '2015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정협의 선제 결승골과 김영권의 추가골을 묶어 2-0 완승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한국은 1988 아시안컵 이후 27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호주-UAE전 4강 승자와 오는 31일 아시안컵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전반 초반 이라크 역습에 다소 고전했다. 또 유니스 마흐무드의 교묘한 심리전에 말려들기도. 이 과정에서 기성용과 박주호가 나란히 경고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곧 안정을 되찾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끊임없이 볼을 돌리라고 주문했고, 선수들은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이라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마침내 이정협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진수가 감아 올린 크로스를 이정협이 뛰어올라 헤딩으로 연결했다. 이라크의 제공권 약점이 극명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정협 골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이라크는 급격한 체력 저하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불가능했다. 특히, 이란과의 8강전서 선발 출전한 11명 가운데 9명이 그대로 한국전에 나섰다.
한국은 계속 볼을 돌려 이라크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후반 5분, 이정협의 도움을 받은 김영권이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작렬했다. 2-0으로 앞서자 한국은 장현수까지 투입,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라크는 공격자원을 대거 투입했지만, 차두리 등으로 구성한 포백과 김진현이 지키는 한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24년 만에 월드컵을 들어 올린 독일과 닮았다.
독일도 브라질월드컵 직전 부상자가 속출했다.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마르코 로이스(25·도르트문트)를 잃었다. 의료진은 “로이스의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며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 수개월간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독일은 로이스 외에 일카이 귄도간(도르트문트)도 허리 통증으로 이탈, 월드컵 여정에 암흑이 드리웠다.
그러나 독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요아힘 뢰브 감독(54)은 “남은 선수들이 귄도간, 로이스 몫까지 뛰어야 한다”고 동료애 정신을 주문했다. 새겨들은 전차군단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24년 만의 월드컵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한국도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김신욱(26·울산)과 이동국(35·전북)이 이탈, 공격진 구성에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 조별리그서 이청용(26·볼턴)과 구자철(25·마인츠)마저 잃었다.
이청용은 지난 10일 오만과의 1차전서 알 무카이니의 깊은 태클에 쓰러졌다. 구자철은 호주전서 팔꿈치 인대파열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청용과 구자철 부상은 한국대표팀에 큰 손실이었다. 복수의 외신도 “반세기만의 우승 꿈에 부풀었던 한국축구가 차·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정신 재무장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 구자철의 쾌유를 빈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서 강하다. 집중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A조 최종전에서 ‘우승후보’ 호주에 1-0 신승,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호주전은 고비였다. 박주호와 구자철이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를 투입하는 등 용병술을 발휘해 한 골차 승리를 지켜냈다.
호주전 승리로 상승세를 탄 한국은 우즈벡전 2-0, 이라크전 2-0 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실리축구로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슈틸리케호, 독일처럼 해피엔딩이 가능할까. 이청용·구자철 몫까지 뛰겠다는 진한 동료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에게 우승컵을 안겨 주고 싶다는 태극전사들, 반세기만의 아시안컵 탈환 꿈이 현실적으로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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